“도박중독에 빠져 은혜를 살인으로 되갚은 인생막장을 보는 것 같다”
40년 이상 알고 지내던 옛 이웃을 살해한 뒤 금품을 훔친 70대의 비정한 살인에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더구나 살해당한 80대 할머니는 카지노에서 돈을 잃어 오갈데 없는 70대를 남동생처럼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돌봐줬는데 수십만원의 돈 때문에 살인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정선경찰서에 따르면 살인과 강도혐의로 검거된 이모(73.서울)씨는 강원랜드에 왔다가 돈이 떨어지면 40여년 전부터 알고 있는 오모(85.여)씨의 고한역 근처 집을 찾아가 신세를 졌다.
옛정을 생각해 오씨는 동생 같은 이씨를 항상 따뜻하게 맞아 줬고 지난달 24일 강원랜드에서 가져온 돈을 몽땅 탕진하고 찾아온 이씨를 31일까지 공짜로 밥을 주고 잠까지 재워줬다.
거동이 불편해 바깥 출입도 못하는 오씨의 바지 주머니에 돈이 든 것을 알게 된 이씨는 평소 누님이라고 부르는 할머니의 돈을 훔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주변을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병약한 오씨에게서 수십만원의 돈을 빼앗기 위해 전기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CCTV를 통해 범행 이후 행적과 숨진 오씨의 손톱에서 이씨의 혈흔 등 DNA가 검출되고 방안에서 범행당시 떨어진 안경알까지 완벽한 증거가 나왔지만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혐의로 검거된 이씨는 지난해 6월에도 100만원을 들고 강원랜드를 찾아와 게임을 하는 등 연간 2, 3회 가량 강원랜드를 찾았고 돈이 떨어지면 항상 오씨집에서 신세를 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살인을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완벽한 증거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령자라도 도박중독에 빠지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모두 상실하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8일 이씨를 살인과 강도혐의 등으로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