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부가세) 환급세액 지급청구권은 국가의 공법상 의무로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소송은 국가의 행정처분에 불복하기 위해 제기하는 행정소송의 하나로, 국가가 우월적 지위를 갖는 항고소송과 반대로 개인이 국가와 대등한 관계에서 권리관계를 다투는 소송이다.
대법원은 이제까지 국세환급금을 국가의 부당이득으로 보고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하도록 했으나 이번 판결에서 공법상 의무로 판단, 행정소송 절차에 따르도록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A신탁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행정소송 관할 법원으로 파기이송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부가세 환급금 지급의무는 과다징수한 세액을 실제 납부받았는지와 상관없이 부가세법 규정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 법적 성질은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아니라 부가세법에 의해 존부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조세정책적 관점에서 특별히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에 따라 부가세 환급금 청구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법적 성질을 부당이득 반환이라고 봤던 그간 대법원 판례를 이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보영 대법관은 "부가세환급금을 부당이득으로써 즉시 반환토록 하는 요건과 절차, 지급시기 등이 부가세법령에 규정돼 있고, 공법적 성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당사자소송으로 해야한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실무나 권리구제수단 선택 등의 관점에서도 굳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당사자소송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A사는 2009년 3월 B건설사와 경기 파주 신축분양사업 시행 관련 토지신탁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이 사업과 관련한 부가세환급금 채권을 양수받기로 하고 지난해 1월까지의 채권을 양도받는 한편 2009년 4월 파주세무서에 채권양도 통지를 했다.
이어 세무서가 2010년 1~4월 "양도요구서에 구체적인 기간이나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약정 체결일 이전인 2008~2009년 확정신고 경정청구분 3300여만원과 2009~2010년 확정신고 및 예정신고에 대한 환급금 13억5200여만원을 B사에 돌려주고 자신들의 양수금 청구를 거부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세환급금 채권은 민사상 부당이득금반환청구권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적용한 뒤 "국가는 A사에 13억7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이 사건은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며 본안 판단을 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행정사건 관할법원인 의정부지법으로 사건을 파기이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부가세 환급액 지급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적합한 소송 형식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