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일들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았지만 이제 드러나게 된 것은 물론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자체 의원들이 소속된 정당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전 지자체장과 거의 100%의 의원이 같은 정당소속인 지자체가 많았고, 이런 지자체가 수행하는 일에서 견제와 균형이 실종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방재정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헌법이나 지방재정에 대한 특별법에서 지자체의 매년도의 재정적자와 누적부채에 대해 구체적인 한도를 설정해 지방재정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재정적자에 대한 헌법이나 기타 법률적 제한을 가하는 방법은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될 수도 있으나 부득이하게 이 한계를 지킬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고 예외조항은 또 항시 남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시된다.
미국의회에서 법률에 정해진 예산규모의 한도를 넓히는 일이 매년 말 반복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예이다. 또한 이 제도가 잘 기능하는 경우에도 재정적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추진하던 사업의 돌연한 중지나 공무원 급여의 삭감이나 해고 등 극단적인 조처가 발생할 개연성을 가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활동에 대한 의회와 시민의 견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는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성립을 전제로 하며 사회전체의 광범위한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항상 지적되는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를 통한 자체세원이 너무 부족하고 중앙재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원조달을 지나치게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하는 것은 지자체의 재정책임성의 부재를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현실적으로 해당지역 주민은 지자체가 벌이는 사업의 효율성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돈을 중앙에서 받아오므로 가능하면 많이 받아와서 무슨 사업이라도 일으키면 좋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공재의 공급이 추세적으로 적정수준을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하게 국세의 지방세화를 통하여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재정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지자체간에 존재하는 재정력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만 배부르게 해주는 모양이 된다.
지방행정구역을 개편해 재정력격차를 줄여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력이 서울이나 경기지역에 비균형적으로 집중된 현실에서는 어떻게 행정구역을 가르더라도 지자체간의 재정력 격차를 지금보다 많이 줄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한 지자체는 역사적으로 같이 성장하고 성립된 생활권의 실상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며 경제학의 논리로 보면 공공재를 공동으로 소비하는 지역으로 설정돼야 한다. 이것이 재정책임성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의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 중의 하나로서 거론되는 지방재정조정 영역의 대안으로서 독일의 공동세제도와 수평교부금제도가 학계에서 자주 논의되고 있다.
공동세제도(tax sharing system)란 몇 개의 세목을 중앙과 지방이 적절한 비율과 배분방식에 따라 나눠 갖는 제도이며 수평교부금제도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재정력이 재정수요에 비해 높은 것으로 측정되는 지자체들이 재정수요가 재정력에 비해 높은 단체에게 재원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공동세제도는 지자체들의 재정책임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며 수평교부금제도는 지자체간에 균형적인 세원분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공동세 제도에서 지자체가 공동세에 해당하는 세목들로부터 얻게 되는 재원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이 아니라 자체 재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다만 국세에서 공동세로 바뀌게 되는 세목은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기존에 이미 국세로서 납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부담 수준의 변화가 없으므로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세원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서 수평교부금제도와 동시에 같이 도입되지 않으면 일부 지자체들의 재정은 더욱 악화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평적 재정조정은 지방정부간에 재정력 격차가 심하지 않아야만 무리없이 수행될 수 있다.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성공적 도입에는 지방정부의 자주재원 확충과 지역간 재정력 격차 해소가 필수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간의 갈등은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지방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구축하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모든 대안은 어느 정도의 효율성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 상대적으로 나은 대안이며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정책적 목표로서는 공동세제도와 격차수평화 목표를 다소 느슨하게 잡은 수평재정조정제도의 도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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