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2007년 정부의 IFRS 도입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이에 대비한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 막바지 점검에 나선 상태다.
이중 일부 은행들은 이미 작년이나 올해 재무제표 작성 때부터 IFRS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IFRS가 도입되기 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IFRS가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고 제도를 시행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FRS 도입 때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완화돼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이 훼손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적을 고려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권, IFRS 시스템 구축
시중은행들은 IFRS의 도입에 대비해 제반 시스템을 잇달아 구축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에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올해 1월부터 시험적으로 IFRS 적용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한영회계법인 및 IBK시스템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IFRS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작년에 처음 IFRS 도입 재무제표를 작성했으며, 올해도 매달 결산 때마다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IFRS는 2011회계연도 재무제표부터 반영하면 되지만, 재무제표상에 직전 회계연도의 재무상황도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올해 재무제표 작성 때부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2007년 7월 IFRS 도입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년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리스크 공시, 대손충당금 산출 시스템, 금융상품 평가 시스템 등 재무보고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최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작년 말 전산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TF를 구성해 주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 일부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은 국제회계기준이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수시로 임직원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금융상품 범위 확대에 따른 만기 보유 증권, 대출채권 및 금융부채 등에 대한 공정가치 산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일부 기능의 성능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IFRS 도입 전에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법인세 부담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은 예상손실이나 자산관리감독규정상 최저적립액 중 큰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게 돼 있지만, IFRS는 발생손실에 대해서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하는 IFRS 도입 때 은행권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들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대손충당금이 줄어드는 만큼 순이익이 늘어나는 이점도 있겠지만,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각 은행의 대손충당금 총액이 일반적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완화 때 법인세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손준비금 신설, 세법 고쳐 충격 최소화"
금융당국은 국내 실정에 맞게 IFRS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손충당금 감소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대손충당금 외에 대손준비금을 별도로 쌓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FRS 기준으로 쌓은 대손충당금이 현행 기준보다 부족한 부분을 이익잉여금 내 법정적립금인 대손준비금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처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BSBC)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예상손실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IFRS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준이 강화될 경우 대손준비금을 신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대손충당금 감소로 은행들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외에 신설할 방침인 대손준비금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제도의 변경으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제도 변경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