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관련 조세와 준조세

2010.02.22 10:16:17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담배 소비와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다. 성인 1인당 담배소비량은 2008년 현재 약 2천400개비(120갑) 정도이다. 흡연관련 규제 및 조세정책이 비교적 잘 정비돼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EU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그리스,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등에 이어 우리나라는 7위 수준에 해당된다.

 

과거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도 1인당 흡연량과 흡연율이 매우 높았으나 1970∼80년대 이후 금연캠페인 확산, 담배관련 조세부담의 증가 등을 통해 담배 소비를 억제했고 그 결과 점진적으로 흡연율이 크게 하락했다. 반드시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담배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점은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담배가격에는 제조원가 및 유통마진을 포함해 부가가치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의 조세와 준조세 성격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및 폐기물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 비중이 높은 담배가격대는 갑당 2천500원이다. 이 가격대 담배제품을 기준으로 할 때 각종 조세·준조세 부담 총액은 갑당 약 1,550원으로 소매가격 대비 62% 수준에 이른다. 일면 세금이 원가 및 이윤보다 1.5배 정도로 더 큰 만큼 세금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의 두 가지 점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담배제품의 소비자가격 대비 세금비중은 EU이 63∼82%이다. 하나의 예외없이 우리보다 세금비중이 높다. 세금비중 뿐만 아니라 소비자 판매가격도 갑당 1.74∼8.45유로로 우리나라의 1.41유로보다 훨씬 높다. 가장 가격이 낮은 리투아니아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보다 23% 더 높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EU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수준을 감안해 구매력에 기초한 상대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EU보다 상당히 낮다.

 

둘째,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복지선진국일수록 일반적으로 담배관련 세금이 높고, 그와 반대로 독재국가일수록 담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실질적인 국민보건후생 수준의 증진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반면, 후자는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책으로서 간접적으로 흡연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의 점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거리적으로는 선진국에 좀더 가까이 근접해 있지만 2%쯤 부족한 듯하다. 외형적으로는 담배가격수준 및 세금비중, 흡연율 등의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는 각종 조세의 구성과 적정성, 조세체계 등의 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복지국가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정책은 빈곤·서민층에게 생필품을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보건위생에 유해한 것에 대해서는 가급적 소비억제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복지후생수준도 낮은 동구권 EU국가보다 담배가격과 세금이 낮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담배소비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고세율·고가격 정책의 견지가 요망된다.

 

EU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모두 담배 관련 제세부담이 세금으로만 구성돼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조세뿐만 아니라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비중이 상당히 높다. 건강증진부담금이 대표적이다. 명칭은 그럴듯하지만 기능이나 과세근거, 해당 기금의 사용용처 등을 보면 조세의 효율성·간편성·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일단 부담금 기금의 약 3분의 2가 건강보험 재정에 충당된다. 흡연이 건강에 유해하므로 일견 의미가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세대상의 형평성, 즉 과세대상의 범위와 부담금 요율 책정 등의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건강유해요소가 담배 이외에도 많은데 담배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원인자부담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머지 기금의 용처도 담배와 무관한 것이 많다. 따라서 건강증진부담금이 본래 표방된 목적과 실제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앞서 논했듯이 담배에 대한 세금과세는 적정한 수준까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내부적으로도 준조세 정리 및 조세로의 전환을 통한 조세부과 논리에 보다 충실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모두 조세로만 과세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논의를 요약·정리하면, 담배와 관련소비세 과세체계에 대해 두가지 측면에서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담배관련 소비세의 요율 현실화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조정차원에서 부담금의 조세전환 문제이다. 특히 전자와 관련해서는 종량세율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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