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신호등의 의미

2009.12.17 09:51:36

교통신호등은 초록색, 노란색, 빨강색으로 구분해서 갈 때와 가지 말아야 할 때, 그리고 출발과 정지를 준비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신호등 색깔의 기능에 합의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합의를 어기고 행동을 할 경우 본인은 물론 다른 제삼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일쑤다.

 

그 가운데 노란색 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교통사고율이 높고 인적·경제적 피해가 크다. 이는 진행과 정지를 위한  준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제도가 시행된다.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제화하는 것이라든지, 이를 어길 때에 2%의 가산세율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납세자들은 그동안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관련법안을 성안·심사하는 과정 때부터 일각에서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지만 정부당국과 국세청은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2년이란 준비기간을 주고 2010년부터 시행되기에 이른 것이다. 2년이란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집행기관인 국세청은 올해 들어 부랴부랴  전자세금계산서 시행 채비에 들어갔다.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e-세로 가입률이 기대치보다 훨씬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시스템상 일부 엉성한 구조도 자칫 이용자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줄 수 있는 점도 발견되기도 했다. 뒤늦게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많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ASP·ERP업체들의 하소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발등의 급한 불끄기식으로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해 온 것 같다.

 

1975년 부가세제 도입 당시에는 세법 제정과정에서 반발도 많았지만 새로운 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본격 시행을 2년 뒤로 미뤘다. 미비점 보완과 대국민 계도를 위해서다. 2년간의 노란불 신호타임을 준 셈이다. 후일 비록 부마사태 촉발의 한 요인이 되기는 했다고는 하나  2년의 준비기간동안 치밀한 일정관리와 '일사분란'한 액션, 대적인 홍보와 리더십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새 세제가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 착수된 전자세금계산서제도 입안과정에서 납세자들이나 조세계, 세무행정 집행기관과 세무대리인들은 뜨거운 격론도 없이 별무관심해 했고 법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시행에 임박해 뒤늦게 졸속입법과 집행상의 문제점들을 발견한 국회와 정부, 이해관계단체들은 허겁지겁 개선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수많은 납세자들이 다른 곳에 써야 할 급한 돈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시스템 비용으로 우선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고비용을 거의 다 치르고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납세자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리둥절해 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의무화제를 1년 뒤로 유예해  종이와 전자방식을 혼용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시 부과되는 가산세도 유예기간 중엔 부과하지 않기로 지난 14일 국회 조세심사소위는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랬다 저랬다' '생각대로 마음대로' 통신사의 광고 카피처럼 제도의 급작스런 변경은 마뜩치 않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변덕스런 제도 입안과 집행기관의 치밀하지 못한 시행 채비 등은 정책일관성과 신뢰성을 훼손시킬 수 있고 이에 따른 납세자 이해관련단체나 업계에도 시간과 비용 등의 면에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많다. 

 

교통신호등의 노란불이 운전자를 우왕좌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불이 켜질 때 액세레이터를 밟을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전자세금계산서제도 일부 개정 경과를 지켜 보면서 국회나 행정부, 세무대리인, 관련업체들은 그동안 준비기간 중 과연 얼마만큼의 개선 노력을 해 왔는가를 묻고 싶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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