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맘때는 원래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에 젖어 사람마다 마음이 바빠지고 어딘가 불안하기 마련인데, 금년은 더구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세계에 휘몰아쳐 기업이나 개인, 나라 전체가 모두 잿빛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
연말이면 흔히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하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올해는 누구나 이를 실감할 것 같다.
올해초 새로운 정부가 들어 서고 처음부터 촛불시위 속에 엄청난 시련을 겪는 와중에도, 오히려 기업들의 수출실적은 전년 상반기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다만 교역조건의 악화로 채산성이 나빠져 실질 GDP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내수의 활성화, 투자의 촉진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제 하반기에는 여러가지 중점적인 경제살리기 전략을 세우고 시작하려 할 무렵에 경제 쓰나미가 덮쳐 증권시장은 작년말 1천조가 넘었던 시가총액이 600조로 그 40%가 날라가고 환율시장은 극도의 혼란 속에서 다른 나라보다도 더 크게 절하돼 경제 전반을 뒤집어 놓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주식시장의 32%(2007년말)을 넘게 점하고 있던 외국인 지분이 먼저 빠져 나가는 현상이 이를 부채질했는데 주식가격의 추락뿐 아니라 달러의 유출(10월 중 200억불 내외 추산)이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11년전 외환위기를 IMF구제금융으로 극복하면서 '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外國人投資促進法)을 제정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외국인 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유치해 왔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간접적인 투자는 증가돼 왔지만,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는 외국인의 창업이나 M&A투자 등은 극히 부진해 경쟁국이나 OECD 국가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GDP에 대한 FDI 누적유입액(累積流入額) 실적(2006년까지)이 싱가폴이 158%, 말레이시아도 36%인데 우리나라는 8% 내외(700억불 미만)로서 멕시코, 브라질 등의 6천억불, 영국의 8천억불, 네덜란드의 4천600억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최근 2007년의 FDI실적이 불과 15억불(2004년 95억불이 피크)이었는데 우리의 해외투자(자동차,반도체 등)가 150억불로 증가해 135불의 순자본 유출이 발생해 원화 절하와 내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전경련 회원사들(대기업들)이 가급적 해외투자를 억제하고 국내시장에 전념하자는 성명을 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부활을 위해 필요한 투자재원으로서 FDI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의 투자환경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는 아주 부정적이다.
전반적인 고임금(高賃金)과 강성노조(强性勞組)가 존재하는 노동시장과 고가의 부동산과 비싼 물가수준, 잘못 조성돼 있는 반외자정서(反外資情緖), 그리고 외국인학교의 부족 등 생활여건의 불편으로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FDI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A에 대해 어느 은행과 골드만삭스가 엮여 우리 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자체의 판정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갈 곳이 못 된다는 외국의 여론이 고착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보다 전에는 세계 할인시장의 거인인 다국적기업 월마트가 우리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철수(그 경쟁을 이긴 우리 유통업체는 쫓아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임)한 사례,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하고 있다는 차이나타운이 우리나라에서는 맥을 못 추는 사례 등으로 미뤄보면 우리가 너무 배타적이거나 극성스러운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비준이 될 미국과의 FTA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30억불 정도의 FDI가 필요하다고 한다.
엊그제 잘 자리잡은 외국기업의 외국인 CEO가 조찬회에서 한국에 와서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하면서 바로 이웃의 경쟁국들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칭찬을 곁들였다.
다만 외국인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정성껏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변경없이)하는 고객감동(Customer-Inspired)차원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를 위해 KOTRA 등의 옴부즈만들이 조세, 노동, 금융 및 지자체 등 유관기관들간의 이해조정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 황량하고 추운 겨울(위기)에 R&D와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며 선진경영기법이 띄어난 외국 기업들을 (투자)유치해 함께 가도록 하는 직접투자(FDI)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간접(주식)투자자들의 경우처럼 위기에 처했을때 냉정하고,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해서 돌아서지 않고, 우리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할 수 있는 동반자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