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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세무 · 회계 · 관세사

관세사계, '법정단체·임의단체' 경쟁시대 막 올라

29일 관세사회 총회서 정재열 신임 회장 당선…고시회 총회서 한휘선 초대 회장 선출

양 단체 '협력·상생관계' 강조하지만, 치열한 주도권 싸움 피할 수 없을 듯

본회, 고시회 적극 보듬는 자세 vs 고시회, 협력하되 이슈 선점 주도

 

  

정재열 27대 한국관세사회 회장                           한휘선 초대 한국고시관세사회 회장

 

관세사계에 있어 3월29일은 특별한 날로 남게 됐다.

 

법정단체인 한국관세사회 27대 회장이 선출된 데다, 같은 날 임의단체로 첫 발걸음을 뗀 한국고시관세사회 초대 회장 또한 선출된 날이다.

 

한국관세사회는 전국에서 활동 중인 현업 관세사 2천1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한국고시관세사회는 일반 시험 출신 관세사 600명이 총회 당일까지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업 중인 2천100여명의 관세사 가운데 일반 시험 출신 관세사는 1천100여명으로 세관 출신 관세사 수를 넘어섰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시험 출신 관세사의 세(勢)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에 고시관세사회의 입지 또한 자연스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사계는 고시관세사회 창립을 기점으로 본회와 고시회 간에 흐르는 미묘한 신경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고시관세사회의 창립총회가 열린 지난 29일 정오 63빌딩 4층 중연회장 입구에는 ‘죽거나 혹은 변하거나’라는 슬로건의 입간판이 세워졌으며, 지난 2일 발기인 대회에선 최저가 입찰참여 거부를 천명하는 자정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본회만으로는 관세사계의 당면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청·장년 관세사들의 불만이 고시관세사회의 창립 배경으로 작용한 만큼, 본회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고시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박창언 26대 관세사회장 또한 “고시회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회원들도 있었다”고 고시관세사회를 바라보는 본회 내 주류 회원들의 우려를 전했다.

 

박 회장은 다만 “많은 고민을 했으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관세사의 미래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운명 공동체로 관세사의 권익과 상생을 위해 함께 동행해야 한다”고 양대 회(會)가 갈등이 아닌 화합과 협력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시회 창립 총회 두 시간 뒤 개최된 한국관세사회 제47차 정기총회에서 27대 회장에 선출된 정재열 본회장 또한 고시관세사회의 주축인 청·장년 관세사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정재열 신임 회장은 한국세정신문과 가진 통화에서 “부끄럽게도 관세청에 근무할 땐 알지 못했으나, 퇴직 후 청·장년 관세사 및 일반 시험 출신 관세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 알게 됐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드시 회무에 반영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본회장 선거기간 중 소규모·신규 창업 관세사를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으며, 이를 위해 관세사회 옴브즈만 지원단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세관 출신이 활동하는 법인의 경우 관세행정의 불합리한 사항을 다양한 창구를 통해 해소하는 데 비해 소규모 관세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소할 창구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관세사회 차원에서 옴브즈만 지원단을 신설해 상시 의견을 청취한 후 관세청 또는 세관에 직접 건의할 것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특히 본회 내 9개 위원회, 9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필요 기능별로 통합 또는  축소를 예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세대별·성별 이익을 모두 대변할 수 있도록 위원들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시관세사회의 주축인 일반 시험 출신, 청·장년 관세사를 적극 보듬어 안은 회무에 나설 것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고시관세사회 창립 총회에서 초대 회장에 선출된 한휘선 고시관세사회장은 조금은 결이 다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한 고시관세사회장은 한국세정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본회가 청·장년 관세사들의 다양한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 역설적으로 고시관세사회 창립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회가 회원의 권익 보호와 업무영역 확대라는 본연의 기능 수행에 미진했다”며 “청·장년 관세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함께 행동하기 위해 고시관세사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고시회와 본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협력관계임을 피력하면서도 관세사계의 개혁과 쇄신을 위해 고시회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한 고시회장은 “본회와 양립해서도 (안되며), 양립할 수도 없다”면서도 “관세사계의 발전을 위해 법정단체인 본회와 역할 분담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되, 본회의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적극적인 정책 제안으로 업계 현안 해결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본회는 고시관세사회를 적극 보듬는 입장을 취하는 반면, 고시회는 본회와 협력은 하되 개혁의 주도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강경론을 앞세운 셈이다.

 

이에 따라 관세사계를 대표하는 한국관세사회와 첫 출범 직후 최대 임의단체로 발돋움한 한국고시관세사회 간의 개혁과 쇄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선의의 정책 대결이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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