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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기고]'관세사 보수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죄' 국회 통과를 환영하며

정임표 한국관세사회 윤리위원장·관세사

 

이달 9일, 제391회 제14차 국회 본회의에서 ‘관세사 보수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죄’가 통과됨에 따라 새해부터는 관세사 등(관세법인, 통관취급법인)에게 일감을 소개·알선하고 금품이나 향응 등의 이익을 받거나 또는 약속을 하면 수혜자는 물론 해당 관세사까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짐과 동시에 등록이 취소가 된다. 필자는 적극 환영한다.

 

리베이트, 구시대의 악습이자 부패정신의 산물

 

리베이트는 ‘어떠한 물건의 구입이나 용역을 맡긴 경우 그것이 잘 이루어지면 일정 금액을 환급받는 구조’를 의미하는 말로 설명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힘을 쥐고 있는 자들이 만든 부패한 인간정신의 산물이자 약자의 고단한 처지에 기생하여 ‘쉽게 돈 벌려는 기술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썩은 정신을 몰아내야 우리나라도 선진 일류국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식에서 2015. 3. 27.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 후 ‘성폭력 추방’, ‘일감몰아주기 척결’, ‘의료업계의 리베이트 추방’, ‘안전 불감증 추방’ ‘경제적 약자 보호’ 등등 갑질추방에 관한 법률들이 제정되어 왔다.

 

관세사 보수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죄의 국회 통과도 이러한 국민의식 선진화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며, 우리 관세사회도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리베이트의 시달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세사들이 리베이트에 시달리는 이유

 

이제까지의 관세사법에서는 리베이트를 받는 자만 처벌했다. 주는 자가 약자라는 점이 고려된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세사 수가 늘다 보니 더 많은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자들이 나타나고 거절하면 그날로 당장 일감을 옮겨 버리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이런 지경을 당하고서도 관세사들이 속수무책인 이유는 타 전문자격사의 직무에서는 볼 수가 없는 직무적 특성 때문이다.

 

관세사들의 주 소득원인 수출입신고대리 업무는 매 신고건별로 과세요건이 성립되고 종료된다. 당장 거래를 옮겨도 문제가 없다. 깎으라면 깎고 달라면 달라는 대로 주면서 잃은 만큼 동료들의 일을 빼앗아 와서 보충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안정적인 일감 유지를 두고 관세사들이 겪는 직업상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관세사가 하는 일과 정부 및 국회에 대한 건의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2천여 관세사들과 6천5백여 직무보조자들은 △정부 각 부처가 시행하는 수출입물품과 관련된 64개의 특별법을 사전에 검토하여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지키고 △관세법과 환급특례법, 대외무역법, 외환거래법은 물론 FTA 특례법과 무려 18개 FTA 협정을 섭렵하여 수출입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무역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국가의 조세주권을 확보하는 일에 기여하고 △경제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자료인 수출입과 관련된 많은 항목의 무역통계를 국가지원 한 푼 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이런 중요한 국가기능을 보완하고 있음에도 관세사가 하는 일은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국가로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저 수출입신고서 종이 한 장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다.

 

내년 2월1일이면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발효된다. 수출입 기업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리베이트’와 ‘제살깎기’ 경쟁에 내몰려 개인 사무실이나 대형사무실 할 것 없이 최저임금 수준도 지급할 형편이 못되니 직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정부와 국회는 관세사들이 일해 준 만큼의 최소한의 보수료만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세사 보수료 법제화’와 FTA 시대를 맞아 수출용원재료에 대한 ‘원산지(포괄)확인서 관세사 책임 발급의 법제화’를 기해 줄 것을 건의한다.

 

관세사들이 생산한 무역통계를 국가가 ‘공짜’로 활용하고 있으니 최소한 무역통계 생산비라도 지원해 줄 것을 간곡히 소망한다. 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20만 중소수출입기업을 지원하면서, 관세선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관세사들과 그 직무보조자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면 대한민국의 무역이 바르게 성장할 것이 아닌가.

 

건전 통관질서 확립을 위한 윤리위원회의 실천 계획

 

‘관세사 보수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은 고육지책이지만 이번 법률 개정을 기회로 관세사 모두가 뭉쳐서 리베이트를 척결해 내야 한다. 그 동안 “주던 것을 주지 못한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거래를 옮기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가장 크다. 관세사가 아닌 자가 통관업을 경영하거나 리베이트 같은 부당이익을 얻는 경우는 그 전부를 몰수·추징하는 ‘부당이득 몰수·추징법안’이 추가로 발의되어 지금 국회에서 숙려기간 중에 있다.

 

한국관세사회 윤리위원회는 관세사라는 직업이 공공성을 사명으로 하는 전문직이니만치 관세사부터 사회에 귀감이 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도록 본 법의 시행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교육과 홍보는 물론 포상금 예산을 대폭 늘려서 불법신고를 장려하고, 리베이트를 끊었다는 이유로 거래를 옮겼다는 신고가 있을 시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여 불법과 부조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메가 FTA 시대를 맞아 관세사들을 향한 호소, 세상을 향한 호소

 

오늘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세운 이면에는 관세사 제도 도입 45년의 세월동안 음지에서 ‘경제국방’의 소임을 다해온 우리 관세사들의 피와 땀도 서려 있다. 공은 공으로 인정받고 과는 빠르게 고쳐 나가야 한다. 그게 미래지향적인 선진국민의 자세다.

 

이 대열에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에 초석이 되어 온 우리 관세사들부터 앞장을 서자!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는 거래를 할 것이며 이제부터는 그 누구에게도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자!

 

관세선에서 지구촌 시대의 도래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우리 관세사들부터 ‘세계가 더불어 함께 번영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국내로 확산시키는 일에 솔선하면 그게 기폭제가 되어서 한걸음이라도 더 빠르게 선진 국민의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것이 아니겠는가.

 

힘을 가진 자가 일감을 볼모로 잡고 일정 비율의 경제적 과실을 꼬박꼬박 뜯어가는 행위, 자본을 무기로 골목상권을 초토화 시키면서 빈자의 일용할 양식까지 쓸어가는 행위 등은 부정 수출입행위와 더불어 천민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악폐이므로 그 어떤 명분으로라도 미화되어서는 아니된다.

 

한편으로,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 의식의 선진화는 하늘이 내린 시대적 소명이자 필연이다. 관세사 보수료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을 발의해 주신 김주영 국회의원 외 열 여섯 명의 국회의원과 ‘부당이득 몰수·추징’ 법안을 발의해 주신 김수흥 국회의원 외 열두 명의 국회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뜨거운 박수를 드린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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