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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내국세

"플랫폼노동자, 연말정산 적용은 어려워…모두채움서비스 제공"

김주영 의원·한국노총, ‘플랫폼노동자 세무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

구재이 세무사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세법 규정 거의 없어…새로운 과세제도 고민해야"

김대일 국세청 소득세과장 "하반기 코드 관리 강화·특고노동자에 개별신고 안내" 

 

세법상 플랫폼노동자들이 ‘인적용역 사업자’로 분류돼 일반적인 근로자, 사업자보다 높은 세부담을 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코드를 신설하거나 ‘종속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고려해 적정 소득율을 산정하는 등 플랫폼 경제에 걸맞는 과세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김주영 국회의원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플랫폼노동자 세무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플랫폼노동자들의 세무제도 관련 고충을 듣고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플랫폼노동자들은 “배달앱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과도한 세금 부담과 신고 불편을 떠안고 있다”고 성토했다.

 

“작년까지 배달 노동을 하며 지난 5월 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쳤다”고 말한 서상도 동북권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 팀장은 “세무서에서 안내받은 940909 코드가 아닌 940918(퀵서비스 업종코드)로 신고를 했더니 환급액이 22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며 “전국 단위의 노동자들을 다 집계해 보면 라이더들이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본부장은 “대리운전 기사들도 5월마다 종소세 문제로 고민하는데 신고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세무사 비용을 지불하면 실제로 남는 공제혜택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리운전중개업체연합체,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업종코드 관련 질문을 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영세기업에 신고의무를 지우는 구조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근로자에 비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세부담이 높은 편”이라며 세금제도만이라도 근로자와 플랫폼 노동자간 차별을 줄일 수는 없는지, 기타소득, 사업소득의 세수가 상당히 늘어났을 텐데 그 규모와 당사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플랫폼노동자 세무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를 맡은 구재이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세무사(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플랫폼 경제가 크게 확장됐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세법 규정이 거의 없다”며 “새로운 과세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세무사는 “매년 플랫폼 노동자 수가 50만명씩 늘고 있는데 10년, 20년 후에는 근로자 없이 플랫폼·특별고용 노동자만 존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며 “그렇기에 세제가 완비되지 않으면 근로자에 대한 안전도 지킬 수 없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이 세제상 사업자로 취급되면서 소득률과 각종 감면제도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세무사는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사업을 하겠다고 표방한 적이 없는데도 플랫폼 사업자가 원천징수 과정에서 소득의 종류를 결정하고 국세청은 이를 그대로 받아 세금을 신고하라고 통보만 한다”며 “실제 납세자인 노동자가 소득 실질과 업종코드가 전혀 달라도 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 조세제도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제도개선 방향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자를 양분하는 것이 아닌 세제상 ‘종속적 사업자’로서 제3의 경제주체를 도입하거나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말정산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구 세무사는 “사업자로 분류되면서도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아니라 족쇄”라며 “이들이 경제주체로서 일하고 담세력에 걸맞는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18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세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관련 소득파악 사업도 의미가 없지 않나. 세제를 전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제도개선 요구에 과세당국 관계자들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전반적인 과세체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으나, “업종코드 관리, 모두채움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호근 기재부 소득정보연계구축추진단장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중 어느 분류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고 성격이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플랫폼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고용관계가 긱 이코노미 등으로 변화했고 이에 따라 조세정책상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과장은 “과연 플랫폼에 대해 어느 정도 의무를 부과해야 할 것인지 국제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은 전자적으로 자료를 관리해 어느 정도 소득 파악, 원천징수 등이 가능한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플랫폼이 노동 공급자를 관리할 수 있어야 정부의 규제도 의미가 있을 텐데 플랫폼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이런 부분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많은 노동자가 한 플랫폼에 전속되기 보다는 복수의 플랫폼에 소속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말정산 의무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김대일 국세청 소득세과장은 “종소세 모두채움서비스의 경우 원천징수의무자가 지급명세서를 낸 코드로 안내하고 있는데 원천징수의무자가 코드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문제 등에 대해 그간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하반기에는 코드 관리를 강화하고 특고노동자에게 개별 신고 안내를 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코드가 좀더 정밀하게 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연말정산 적용 방안에 대해서는 이호근 과장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 과장은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복수의 플랫폼에서 연말정산을 한다면 5월 종합소득세신고 때 다시 신고를 해서 과연 도입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주로 한 보험회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와는 결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배달앱을 통해 근무하는 라이더가 한국표준산업분류기준상 ‘늘찬배달업’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인적·물적시설 유무 및 완전히 사업자로 취급됐을 때 사업자등록의무, 세금계산서 발행의무 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업종별 공제율은 정책상 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장부로 신고한 납세자들의 실제 경비율로 산정되는 것으로서 국세청이 컨트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편의를 높이기 위해 단순경비율 대상자 외 플랫폼 노동자들도 모두채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대상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좌중 질의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과세대상이 아닌 지원대상으로 보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산재보험, 고용보험 확대정책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달앱 ‘바로고’ 관계자는 “라이더가 플랫폼에 전속성을 가진다기보다 불특정 다수와의 중개계약에 가까운 특성이 있어 이들의 신원 파악 자체가 어렵고 따라서 가산세 등이 발생한 부분이 많았다”며 “근로자나 사업자가 아닌, 플랫폼 노동자를 분류하는 새로운 구간 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긍정적”이라고 반응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산업체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세부담, 신고 불편이 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이 자리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 증진과 세무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의 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5월 서울시의 4개 권역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함께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세무상담·종합소득세 신고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법은 물론, 세무상으로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해야 하는 조세제도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도록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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