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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7. (수)

임기 마치는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장…"최선 다했기에 홀가분"

권한대행 첫 날부터 임기 마지막까지 '932일'…"단 하루도 고민 쉬지 않았다"

 

장장 2년7개월. 주어진 것만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정해진 일 이상을 고민했다. 고시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취임 전 권한대행으로 유달리 오래 회장직을 수행한 곽장미 제24대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이 곧 임기를 마친다. 긴 임기 동안의 소회가 어땠는지, 지난 16일 곽 회장을 만나 직접 물었다.

 

■임기 마지막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정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없어요. 그간 저도 모르게 짐이 좀 무거웠나 봅니다. 그런데 정해진 기한이 왔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해요. 물론 세무사법 등 남아 있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임기 동안에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그간 추진한 회무 중 가장 뿌듯했던 것은?

“서울역 대규모 집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많은 지방회장님들이 동참해 주신 덕분에 세무사 회원 1만3천여명 중 8천여명이 모였어요. 여름이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제일 컸습니다. 고시회가 주관해서 전 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낸 셈이니까요.”

 

당시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한다는 얘기에 고시회 임원들은 10일간 밤낮없이 집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곽 회장은 카톡 메시지로 일일이 포스터를 공유한 기억을 떠올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24대 집행부가 내달렸고, 단기간에 8천명을 모은 세무사계 최초의 대규모 장외집회가 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허용 범위를 정한 법안이 다수 제출됐습니다. 

 

“변호사가 모든 전문자격사 업무를 하겠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세무사는 세법뿐 아니라 회계학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로스쿨에서 조세법은 어느 정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해도 회계학은 배울 수가 없잖아요. 회계학을 아예 모르면서 세무조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변호사가 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름없는 문제죠, 말이 안 됩니다.”

 

■또 다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지난 9~10월에는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통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법안의 정당성을 알렸고, 참여대상을 회원으로 확대해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국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평일 오전마다 시위가 열리는데요. 제대로 된 법이 통과될 때까지 이어갈 예정입니다. 차기 집행부도 계속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임기를 내려놓는 정기총회 전날까지 시위가 계획된 것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곽 회장은 임기 내내 고민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회원과 하나 되어 실천하는 고시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제24대 고시회를 이끌며 늘 뭘 해야할지 고민했다. 심지어 권한대행을 맡은 첫 날부터 ‘뭔가를 시작했다’.

 

“5월3일, 그 날은 교육을 챙겼던 것 같아요. 전통적으로 해온 교육, 신문 발행, 청년세무사학교 같은 연례행사들은 기본적으로 하면서 추가적으로 어떤 일이 필요한지 고민했어요. 조직이 갖춰진 법정단체에 비해 임의단체인 고시회는 회장의 책임감이 좌우하는 바가 커요.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어요. 그래서 회장이 계속 생각을 해야 해요.”

 

 

실제로 곽 회장의 임기 내 많은 일이 이뤄졌다. 우선 교육 실적은 최고였다. 최대 한 달에 두 번 가까이 교육이 이뤄졌고, 매회 7~800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양도세 실무교육은 회원 1천1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올해 코로나19로 개설된 가족신탁 실무교육 온라인 강의의 수강 인원은 1천200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강의를 게시판에 올리면서 홈페이지 이용이 활성화되는 의외의 성과도 거뒀다.

 

아울러 국회 토론회와 지자체 조례개정, 봉사·캠페인 등 다채로운 활동이 이어졌다. 곽 회장은 취임식에서 예고한 법무사 등 타 자격사와의 연합, 지방고시회와 긴밀한 교류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겼다. 8년만에 부산에서 개최된 지난 정기총회가 그 일환이었다.

 

“지방고시회와 소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어요. 무슨 일 생기면 달려가고, 사소한 일이어도 왔다갔다 하다 보니 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방에서 총회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회칙상 서울-지방 교대로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거든요. 서울에서만 하면 편하지만 의미가 없잖아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서로 너무 좋았죠.”

 

회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뭔가를 맡으면 열심히 하는 성격이어서 취임할 때 다짐한 바를 실천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무사법 이슈가 터지면서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모든 결정을 제가 해야 하니까요. 임원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릴 때마다 사실은 잠도 잘 못잘 정도로 고민이 됐어요. ‘나서도 되는 일일까?’, ‘이 일을 했을 때 과연 회원들이 호응해 줄까?’.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힘들었죠.

 

그래도 일단 계획이 서면 쭉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 결정을 내린 후부터는 어렵지 않았어요. 서울역 집회도 그렇고, 올해 유튜브에 개설한 고시회tv도 엄청 빠르게 만들었거든요. 온라인 시위를 해야 해서 만든 거예요. 작년 서울역 집회처럼 한 번 더 모여야겠는데, 코로나19 상황이 겹친 거죠. 그래서 변종화 세무사님의 도움을 받아서 일주일 만에 만들었어요.“

 

지난달 열린 고시회 확대임원회에서도 곽 회장은 “24대 집행부와 함께 하며 많은 고뇌에 찬 적도 있었다”고 회장직의 고충을 내비친 바 있다. 이어 “그럴 때마다 고시회의 존재 이유인 '회원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결연한 의지를 이정표 삼아 달려왔기에 세무사회 임의단체 중 최대이자, 최고 역사를 지닌 고시회를 이끌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고시회 활동을 시작한 계기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연구부회장을 맡았다. 박사과정을 밟던 중 ‘세법 연구와 연계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회무에 뛰어든 것이 쭉 이어져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곽 회장은 “인생을 풍요롭게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며 “본업인 세무사 업무에 충실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웅지세무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친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 한켠에 설치된 칠판과 카메라가 시야에 들어었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들인 촬영장비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곽 회장의 눈이 빛났다.

 

끝으로 차기 집행부에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그리고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법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시회는 정말 전통적으로 회원과 납세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온 단체입니다. 다음 집행부에도 정말 아이디어가 많고 똑똑하신 분들이 많아요. 다들 8~10년 이상 오랜 기간 헌신하셨고요. 앞으로 세무사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곽장미 회장은…

△한국세무사고시회 제24대 회장 △나이스세무법인 본점 대표세무사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행안부)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서울특별시 적극행정위원회 위원 △웅지세무대학교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경영학박사 △고려대학교 법학박사(수료)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심사위원 △숭의여대 전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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