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이 있다. 또 주객전도라는 아이러니컬한 점을 든 사자성어도 있다. 경영학자 T.J 피터스는 그의 저서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조사결과 초우량기업의 최우선 조건은 `基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많은 초우량기업 실지조사를 통해 검증했다. 갖가지 현란한 경영 테크닉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보다도 기축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업들이야말로 최고 건전성과 안정성,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연 우리 나라의 세제운용은 기축에서 벗어나지 않고 건전성과 안정성, 생산성을 과연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 세법 가운데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듯한 상흔들이 곳곳에 보인다. 과세특례제가 시행되고서부터 일반과세 사업자들이 오히려 바보처럼 취급받았다. 정치적이든 아니든 그게 기본 틀을 벗어난 말 그대로 예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풍조는 과특이 기본으로, 일반과세가 예외적이고도 경이로운 것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굴러 온 돌이 상처를 내 곪고 썩은 상처를 치유하기까지에는 20여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아직도 간이과세라는 아물지 않은 상처 딱지 아래에서 부가가치세제는 고름내나는 악취를 풍기고 있다. 미술계를 시끄럽게 했던 미술품에 대한 과세정책이 미술업계의 발목(?)에 잡혀 밀고 당기는 과세유보를 한두번도 아닌 수년을 거듭해 오다 결국 일시재산소득이란 알쏭달쏭한 기막힌 세목을 만들어 그것도 3년이란 유예기간을 줘가면서 2001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조세감면규제법(현행 조세특례제한법)도 그랬다. 특정상황이 발생하면 감면적용 시한을 연장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소급적용하는 말 그대로 특례까지 베푸는 세제운용의 테크닉을 구사해 왔다. 조세지출예산제 또한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IMF이후 개정된 각종 세법개정 때에도 그랬다. 세법에 `개별 일몰제' 도입이 그 대표적 예다. 세법과 7개 일반법률에 흩어져 있는 조세감면조항이 `조세감면특례제한법'으로 통합되고 감면대상과 폭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개별조항도 1년, 2년, 5년 단위로 시한이 끝날 때마다 평가해서 조세감면 조항을 퇴출시키는 일몰제의 도입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구조조정의 미진을 이유로 감면적용 시한을 되레 연장해 주는 조항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물론 국가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거나 절대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면 세제는 그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평가에서 그러하듯 조세정책에 따른 正의 효과와 負의 역작용을 제대로 평가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모럴해저드 등 가치관의 전도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근래 들어 코스닥기업들에 `회사분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기업 고유의 경쟁력 제고보다는 규제회피나 대주주에 대한 세제상의 감면혜택, 또는 주가관리 차원에서라고 한다. 과연 공평세제의 예외적 적용의 혜택을 누가 누리고 있는지,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편법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외적 규정이 `박힌 돌'화하는 풍조는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이번 기회에 `본말전도'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세법상의 각 조항들을 총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것은 재정개혁에의 첫걸음이자 쉬운 세법만드는 주요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형길 부국장
chg@taxtimes.co.kr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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