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객지근무" 속앓이…국세청, 본청 '승진 길' 확 넓혔다

2024.11.08 17:10:18

본청 서기관 승진 비중, 전체의 69%로 대폭 확대  

평균 승진소요기간, 본청 7.02년 vs 지방청 6.05년

2급지 지방청 평균 승진소요기간 짧아 '교차 배정'

'승진소요기간 4년 미만' 9급 공채 파격 발탁, 사기진작 

 

 

국세청이 8일 하반기 서기관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승진 인원은 모두 29명이며 승진일자는 25일자.

 

국세청은 이번 인사에서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어려운 업무 여건에서 묵묵히 고생하며 탁월한 성과를 거두는 등 평판과 역량이 검증된 우수인력을 적극 발탁했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성과와 관리자로서의 품성 및 역량 등을 주된 인사기준으로 하되, 9급 공채와 민경채(민간경력직채용) 출신을 적극적으로 발탁하는 등 임용구분별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덧붙였다.

 

올 하반기 서기관 승진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본청의 승진인원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점이다.

 

전체 승진자 29명 중 본청에서 20명(69%)이 승진함으로써 역대 최대 비중이었던 작년 하반기 55.6%보다 무려 13.4%p 높다. 

 

이는 4년 이상 가족들과 떨어져 객지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극단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강도와 과중한 업무부담을 이겨내고 있는 직원들을 배려하려는 인사권자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청 승진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우수 자원의 본청 전입을 유도하기 위한 뜻도 숨어있다.

 

특히 작년 연말 본청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데 이어, 며칠 전에도 본청 상속증여세과 팀장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본청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 그 자체였다. 이처럼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활기차게 전환하고 객지 근무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격려’와 ‘존중’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본청 승진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였음에도 본청 서기관 승진자들의 평균 승진소요연수는 7.02년으로, 지방청 승진자들의 6.05년보다 오히려 9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본청이 지방청보다 승진소요연수가 더 길지만, 이번 승진자들이 본청과 지방청에서의 근무한 평균기간은 각각 4.04년, 4.06년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 비춰 앞으로도 당분간 본청의 승진 비중을 높여가는 기조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9급 공채 발탁과 민경채 출신 서기관 배출을 꼽을 수 있다.

 

9급 공채 발탁은 임용구분별로 균형 있는 관리자 양성과 조직 내 대다수를 차지하며 장기간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온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국세청 내 9급 공채 출신은 전체 직원의 73%를 차지하지만, 승진적체로 인해 9급 공채 중 과장급 이상 비중은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반기 9급 공채 승진자는 대구청 박규동 서기관으로, 지방청 근무기간이 2년 10개월로 짧은 편이고 승진소요기간도 3년 10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인사발표 전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최고의 깜짝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강민수 국세청장은 서울청장 재직 시에도 7개 지방청 가운데 유일하게 9급 공채 출신 사무관을 발탁·추천해 서기관으로 승진시켰으며,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지난 9월 사무관 승진인사에서도 9급 공채 승진자를 역대 가장 많이 배출했다.

 

당시 강 국세청장은 “9급 출신은 5급이든 4급이든 기간에 관계없이 파격적으로 기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에서 승진소요기간·지방청 근무기간·명부순위 등에 관계없이 승진시킴으로써 그 약속을 지켰다.

 

9급 공채 직원들에게 소위 말하는 ‘꿈과 희망’을 주고 배려하려는 국세청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 이같은 파격 발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내 인적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역량이 검증된 5급 민경채 사무관도 이번 서기관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2012년부터 송무·조사분야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 자격자를 민간경력 5급 사무관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본청 격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역량과 성과가 입증된 민경채 인력을 승진시킴으로써 관리자 인력 풀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강 국세청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 들어 우수한 민경채 인력이 공직에서 퇴직하고 민간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인데, 이번 인사를 통해 국세청 내 소수인 민경채 인력의 근무 유인을 높여 이직을 방지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올해 하반기 서기관 승진인원은 지난 2016년 하반기(33명) 이후 최대 규모이지만, 이전부터 이어져 온 2급지 지방청 서기관 승진 ‘교차배정’은 여전히 지켜졌다.

 

2급지 지방청의 경우 근무인원 대비 승진비율이 1급지 지방청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고, 승진자의 평균 승진소요기간 및 지방청 근무기간 또한 짧아 교차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청장의 지휘권 보장을 위해 매년 승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지방청별 현원과 지방청 간 승진 비중의 균형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교차배정은 당분간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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