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시 3%룰 적용 따른 의결권 변동 분석
내부지분율 48.7%→5.1%로 '뚝'…외부지분율 4.3%p만 감소
외부세력이 감사위 주도…신사업 진출 반대·기밀유출 등 우려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지주회사 경영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상법 개정안 통과시 감사위원회(3명) 과반이 외부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불안을 더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시 지주회사 영향’보고서를 통해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 2020년 상법 개정 이후 지주회사들은 감사위원 선출시 내부지분율 48.7% 중 5.1% 밖에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2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지주회사체제 상장회사는 경영권 공격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주도하는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43개 지주회사 그룹 소속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계열사 112곳을 대상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3%룰 적용에 따른 의결권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내부지분율은 48.7%에서 5.1%로 떨어졌다. 반면 외부지분율은 49.7%에서 45.4%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인원 확대가 정부의 지주회사 장려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간 정부는 상호출자·순환출자 등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를 단순·투명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지주회사를 허용하고 세제혜택 등을 통해 지주회사 설립·전환을 장려해 왔다. 그 결과 현재 공정거래법상 88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체제 전환 그룹이 43개(48.9%)로 절반에 달한다.
그런데 지주회사체제는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자회사는 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의무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 적용시 제한되는 의결권이 일반 기업보다 높은 구조다.
상의 관계자는 “2020년말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최소지분율 규제가 20%에서 30%로 강화됐는데,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한 상법 개정안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두 규제간 결합이 지주회사체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받지 못했던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주회사체제 기업집단 소속 상장 자·손회사가 주주총회에서 3%룰을 적용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는 경우 ‘내부지분율’과 ‘연금·펀드’간 표대결 양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도 내놓았다. 시뮬레이션은 외부지분에 연금·펀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눠 진행했다.
다만 소액주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나 주총 참여율이 낮고 의결권 행사방향을 일률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제했다.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캐스팅보터(결정권자)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해 표대결 우위 기준을 5%p로 설정했다.
표대결 시뮬레이션 결과, 연금·펀드가 주주로 있는 69곳은 ‘회사 우위’는 17.4%, ‘연금·펀드 우위’는 10.1%, ‘접전’은 72.5%로 나타났다. 회사 우위는 회사 내부지분율이 연금·펀드보다 높고 차이가 5%p 이상인 경우다. 접전은 내부지분율이 연금·펀드보다 높지만 차이가 5%p 미만인 경우다. 연금·펀드 우위는 내부지분율보다 연금·펀드가 높은 경우로 분류했다.
외부지분에 연금·펀드가 없는 43곳은 회사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합병·분할 등 조직변경과 같은 이슈가 발생한 때에는 소액주주연합이나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해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회 계류중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주회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그 중 1명은 주총에서 선출할 때 분리선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회 발의 법안은 분리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해 외부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집행 감사, 회사 업무·재산상태 조사 권한 등을 통해 이사회의 중요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사들은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고려해 대규모 투자나 조직변경 등에 대해 소극적·보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는 회사내 자료조사권과 중요한 정보 열람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기업 측 외부인사의 선출시 기밀유출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기보다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펀드의 경영 간섭, 경쟁사 기술 유출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고 해외 입법례도 없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강화하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만큼 입법에 신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