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못 낸다"…국세청, 세법개정해 대응한다는데, 어떻게?

2024.08.29 11:24:51

강민수 국세청장 "자료제출 고의지연·조사방해, 세법개정 추진"

2년전 '기업 전산망 직접 접근해 자료확보' 연구용역도

12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제도개선 방향 나올지 관심 

 

국세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자료제출 지연 및 조사방해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세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제출 지연 및 조사방해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돼 온 사안으로, 강민수 국세청장이 지난달 23일 취임사에서 다시 언급함으로써 기업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강 국세청장은 취임사에서 “해외에 자료가 있다는 사유 등으로 자료제출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세법개정 추진 등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세법개정 등 제도개선 전까지 일선 조사 현장에서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더욱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지난 26일 취임한 정재수 서울지방국세청장과 박재형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자료제출을 고의로 지연‧거부하거나, 문서를 위‧변조하는 행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만약 이같은 행위가 발생하면 과태료 부과에 그치지 않고 범칙조사 전환, 형사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자료제출 고의 지연, 문서 위‧변조 등은 국제거래, 역외탈세, 다국적기업, 건설 및 제조기업, 재산제세 조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의 경우 ‘본사가 해외에 있어 자료를 제출하려면 장기간 소요된다’, ‘관련 증빙자료가 해외본사에 있어 제출하기 힘들다’ 등 다양한 형태로 자료제출을 지연시키곤 한다.

 

다국적기업의 사례뿐만 아니라 공사대금 입출금 전표 위조, 매매계약서 위조, 주주총회 의사록 위‧변조 등 국내기업 거래에서도 만연해 있다.

 

특히 세무조사 단계에서는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다가 조세불복 과정에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해 국세청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자료제출에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와 함께 심할 경우 범칙조사 전환, 형사고발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계를 보인다. 심지어 국세청은 2년 전 조사방해 및 자료제출 비협조 다국적기업에 대해 그 정도에 따라 클라우드 서버, ERP 등 기업의 전산망에 직접 접근해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까지 발주했었지만 제도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 안팎에서는 다양한 대안들이 얘기되고 있다. 자료제출 고의 지연 또는 거부하는 기간에 따라 과태료를 더 상향해 여러 차례 부과, 입증책임 전환, 문서제출 시기 제한, 세무조사 기간 장기 연장, 금융거래정보 제공 범위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들도 깊숙이 들어가면 ‘납세자 권익보호’와 결부돼 있어 실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오는 12일 강민수 국세청장 취임 후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세법개정 등 제도개선 방향이 나올지 주목된다.



오상민 기자 osm1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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