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반대의견 국회·정부에 전달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 증대 우려
일상적 경영활동 위축·배임죄 고발가능성 커져
경제단체들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현행 회사법 체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다”며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혔다.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가 막중해지고, 자본 조달이나 경영판단 같은 일상적 경영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특히 “무리하게 법을 개정한다 해도, 개정된 법 조항을 통해 소수주주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8개 경제단체는 이달 25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현행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다고 24일 밝혔다. 참여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다.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은 회사와 이사 간의 법적 위임관계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선출되면, 법적 위임계약을 회사와만 맺는다. 주주와는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없다. 따라서 만일 상법을 개정해 주주와 이사간 대리인 관계를 인정한다면 기존 법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도 위배한다”고도 주장했다.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을 별개 개념으로 병렬적으로 규정한 해외 입법례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일부 주(州)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경우 역시 ‘회사이익=주주이익’을 의미하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는 것.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기업경쟁력의 저하도 우려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이사회의 정당한 의사결정인데도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왜곡하고 부당하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며 “신주발행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발행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가져온다고 문제삼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권 공격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도 강조했다. 건의서는 “최근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증가 추세“라며 “상법 개정이 자칫 이들만 유리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처분이나 이익잉여금 유보 등의 결정을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왜곡하며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 8개에서 지난해 77개로 9.6배 급증했다.
코스피 상장사 대상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공격도 급증했다. 2023년 상반기 경영권분쟁 피소 건수는 47건으로 2022년 한해 28건보다 1.7배나 많다
이외에도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충실의무 위반을 빌미로 이사를 배임죄로 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기업의 사법 리스크가 증가하고 각종 소송에 시달리면서 결국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제단체들은 마지막으로 “현행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가 이미 마련돼 있어 법체계 훼손까지 감수하며 상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물적분할시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최대주주 지배권 남용을 위한 사전 및 사후규제 △형법상 배임죄 규정 등 소수주주에 대한 권익 보호와 대주주에 대한 견제 장치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