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증세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024.05.13 14:33:22

오종현 연구실장, 국회예산정책처 '미래를 대비한 조세정책 역할과 과제'에서

증세 첫단계 부가세 지목, 한국 부가세율 10% vs OECD 회원국 평균 19.2%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함께,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 등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증세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세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돼, 다양한 세목을 통해 조달하되 우선적으로는 현행 10%에 묶여 있는 부가가치세 세율을 OECD 수준으로 높이고, 소득세 또한 부담을 높이되 가족친화적인 개편을 위해 인적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지목됐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예산춘추 통권 제74호 특별면 ‘미래를 대비하는 조세정책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 실장은 아직 고령화로 인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재정지출과 비교해 보면 이미 재정수입이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급격하게 증가해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까지 고려하면, 2019년~2027년까지 9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연평균 84조5천억원(GDP 대비 3.8%)에 달한다. 더욱이 재정적자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과 달리 경제위기 등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오 실장은 “증세는 시기의 문제로, 이른 시기에 증세를 시작하면 그 속도를 조절하며 증세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며, “반면 너무 늦은 시기에 증세를 시작하면 증세는 급격해질 수밖에 없어 상당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경제적 왜곡도 크다”고 지적했다.

 

증세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음을 환기한 오 실장은 “세원은 특정 세목보다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여러 세목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조세체계에서 재원조달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세목은 부가가치세”임을 지목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은 10%로,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인 19.2%에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세수확보 측면에서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장점이 뚜렷함을 제시했다.

 

다만, 부가가치세가 소득에 역진적인 것은 저소득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 대비 생활비 부담이 커 그만큼 부가가치세 부담도 크기 때문으로, 오 실장은 “부가가치세 인상과 함께 생계급여 강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0.7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조세정책도 가족 친화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낮은 소득구간 포함해 전반적으로 소득세 부담 높여야…가족친화형 개편 동시 추진

15년간 변함없는 인적공제 1인당 150만원…물가상승 고려하면 인상 여지 충분

 

오 실장은 “가족친화적 조세정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세목은 소득세”라며, “부가가치세처럼 소득세 또한 재원조달 기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결혼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방향을 모색할 것”을 제시했다.

 

이와관련, 우리나라에서 평균 임금을 받으면서 배우자와 자녀 2명 등 3명의 가족을 부양하는 근로소득자는 부양가족이 없을 때보다 소득의 1.8% 정도 소득세를 덜 부담하고 있으나,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4.9%에 비교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 실장은 “소득세를 가족친화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인적공제의 확대”라며, “현재 기본공제는 1인당 150만원으로 2009년부터 15년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물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인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소득세를 부부 또는 가구단위로 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개인단위로만 신고할 수 있지만, 미국은 부부합산 신고를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가구원 수를 고려한 ‘N분N승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소득과 소비의 경제적 기본단위는 가구로, 실제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사회복지 제도들은 대부분 가구 단위로 설계되어 있다.

 

오 실장은 “가구의 담세력이 가구 소득 총액으로만 결정된다면, 부부 또는 가구 단위의 과세가 능력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다”며, “다만, 부부 또는 가구 단위 과세는 부소득자의 경제활동 참여 동기를 약화시키는 단점이 있는 만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감안해 부소득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오 실장은 저출산·고령화외에도 미래의 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조세정책을 제시해,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제도 병행, 성장동력을 높이는 산업에 참여하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조세정책 지원 등을 열거했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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