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6)

2024.01.05 07:00:00

1975년 종합소득세 과세를 위한 새 소득세법 제정과 그 의미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소득세법을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개인소득세법(individual income tax act)이며, 법인세법은 법인소득세법(corporate income tax act)이다(우리의 법률명칭은 일본법의 명칭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이들 두 법률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한다는 점에서는 차원이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그런데도 앞것은 개인(자연인)의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임에 비하여 뒷것은 법인(법에 의하여 인격을 부여받은 조직)의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 즉 그 원리원칙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같은 서로 다른 차이를 이해하여야만, 이들 두 법률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소득세법은 개인에게 귀속(해당 납세자와 소득이 서로 결합한다는 의미의)하는 소득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별로 혹은 수시로 해당 개인에게 과세하는 조세법률이다. 여기에서 기간별로 과세한다는 것은 예컨대 1년마다 한 번씩 과세함을 말한다. 이를 이론상 연세주의(年稅主義)라 한다. 그리고 수시로 과세한다는 것은 소득이 포착될 때마다 과세함을 말한다. 이를 수시세주의(隨時稅主義)라 한다. 현재는 편의상 소득세가 달력에 따른 1년(1/1~12/31)을 과세기간으로 하여 과세함을 원칙으로 하지만(역년주의/曆年主義), 달력과 달리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비역년주의/非曆年主義).


다음으로 법인세법은 법인에 귀속하는 소득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별로 과세하는 조세법률이다. 현재는 연세주의 및 역년주의를 택하고 있다. 소득세법도 그러하다. 이 경우의 법인은 자연인처럼 먹고 사는 생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권 등의 법률문제를 다룰 적에는 하나의 인격자로 취급하는 ‘법인격’이라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단 또는 재단을 말한다. 여기에서 사단(社團/ 예: 동창회)은 사람이 모인 조직을 뜻하며, 재단(財團/예: 장학회)은 돈이 모인 조직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은 법률에 따라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법인등기가 있어야만, 법인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법인등기가 없는 사단이나 재단은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이들 사단이나 재단 중에서 법이 정하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법인으로 보고(간주하고), 나머지를 개인으로 본다는 규정을 따로 둔다(국세기본법 제13조 제2항 참조).


이러한 법인에 대하여 법인소득세를 과세하는 법인세법을 논할 적에는 영리법인(營利法人)과 비영리법인(非營利法人)의 구분이 문제된다. 앞의 영리법인은 이윤추구를 통하여 얻은 일정 기간의 이익을 출자자(예: 주주)에게 배당하는 주식회사 등과 같은 법인이며, 비영리법인은 그러한 이익을 출자자에게 배당하지 않는 이를테면 장학법인 등과 같은 법인이다. 이들 가운데 위 뒷것에는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비영리법인의 경우에 이익배당이라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비과세하는 때에는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해당 조직에서 영리법인에서와 같은 영리행위를 하는 부분에 한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한다는 규정을 따로 둔다. 그러므로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영리행위에 따른 소득에 대하여는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법인에서 이윤추구(이 행위는 곧 경영이다)를 통하여 얻는 이익을 어떻게 파악할 것이냐가 문제된다. 이를 위하여 경영거래를 정확히 기록하고 계산하며 정리하는 회계처리시스템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회계처리시스템으로 복식부기라는 것이 개발되어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모든 경영거래를 각기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서 복식(이중)으로 기록하는 방식의 부기이다. 궁극적으로는 토지나 건물이나 금전 또는 무형자산 등을 ‘자산’으로 포괄하고, 외상매입금이나 차입금 등을 ‘부채’로 포괄하여, 전체 자산총액에서 전체 부채총액을 뺀 나머지 잔액을 ‘자본’으로 계산하는 대차대조표라는 기말재무상태를 표시하는 결론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해당 회계기간의 동적인 ‘수익’을 총괄함과 동시에 이에 대비되는 동적인 ‘비용(손비)’을 총괄하여 앞것에서 뒷것을 빼서 해당 기간에 얼마의 순이익이 발생했는가를 계산하는 손익계산서라 이름하는 기간경영실적에 관한 결론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회계기법은 지금까지 기업발전과 더불어 꾸준히 병행하여 발전되어 왔다.


모든 제도가 고루 발달한 오늘날에는 법인만이 아니라 개인기업의 경우에도 해당 기업조직의 재무상태와 경영실적을 파악함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전망과 대비책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법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그런데 과세문제에 관하여는 과거의 경영실적에 한정하여 세무조사라는 절차를 거치며, 정부의 결정이나 경정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업무는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과 같은 국가기관의 몫이다. 하지만 현행의 과세제도는 과거처럼 과세당국에서 거의 모든 업무를 전담하지 않고, 오히려 납세자가 능동적으로 자진신고하고 또한 자진납부하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들 능동적인 절차의 이행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방법으로 현행 세법은 그 불이행에 대한 가산세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상에서 본 법인은 정관 등을 통하여 특정한 사업목적을 표방하여야 하며, 규모가 대체로 큰 조직이므로, 그 활동과 회계처리시스템에 관하여 법률로써 엄격히 규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리법인에 과세하건 비영리법인의 영리부분에만 과세하건 간에 모든 거래 내용이 복식부기라는 한 가지 회계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종합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인세는 본질적으로 종합과세의 원칙에 따라서만 다루어지게 된다. 이 점이 소득세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현재 개인기업과 개인으로 보는 비영리의 사단과 재단에 관하여 그 규모의 크기에 따라 회계처리시스템에 관하여 복식부기의무자라는 이름으로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소규모 사업자인 경우에는 복식부기가 아닌 국세청에서 특별히 고안한 단식부기에 속하는 간편장부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수입(수익)과 비용을 가계부 작성하듯이 쉽고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든 양식의 장부로서 국세청고시를 통하여 시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복식부기에 발딛은 장부처럼 과학적인 검증이 어렵기도 하며, 작성자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기록․계산․정리되므로 그 활용성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개인에 대한 소득세는 일제강점기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다시 말하면 당초에 조선총독부는 조선총독부제령 중의 하나인 ‘조선소득세령’이라는 것을 공포하여 우리 한반도 안의 개인기업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였다. 이 때에 이자와 배당 등에 관하여는 원천징수 방법으로 과세하도록 하면서 이에 속하지 않는 개인소득을 종합과세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과 법인소득을 제1종 소득으로 취급하여 역시 소득세라는 이름으로 과세하였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8․15 이후의 미군정 아래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소득세제를 그대로 시행하였다고 한다(이상 재정경제부 편, 조세개요, 2005.9. 제27면 참조)


우리의 독자적인 소득세법은 정부 수립 후 1949.7.15.에 제정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일제강점기의 소득세법에 비하여 크게 진전되지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다가 5․16 군사혁명 이후 1961.12.8.자로 소득세법의 전면개정을 통하여 개인소득을 ①부동산소득 ②배당이자소득 ③근로소득 ④사업소득 ⑤기타소득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른바 분류과세(分類課稅)를 하게 되었다. 그 후 1967.12.29.자로 소득세법을 법인세법과 분리하여 새로 제정함으로써 종전과 같이 분류과세하는 소득세와 분류과세하는 소득 중 일정액 이상을 초과할 적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별도로 종합과세를 하는 이원화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이 때에 정부가 내세운 개정이유에는 경제개발 재원조달을 위하여 구법을 폐지한다는 것과 재원의 확보를 위하여 분류과세 중 각 소득별 일정액 이상에 대하여 종합과세를 한다는 뜻이 천명되었다.


그러다가 49년 전인 1975년 1월 1일에 시행을 시작한 새 소득세법(1974.12.24. 법률 제2705호)은 종래의 소득세법을 부분적으로 손질한 개정 또는 전면개정이 아니라 그 체계와 내용이 전과는 사뭇 달라진 새로운 조세법률이었다. 이는 곧 현행 소득세법과 같은 체계로 개편된 것이다. 비록 일본 소득세법을 많이 참고하기는 하였지만, 우리 힘으로 충분히 독자적인 역량을 기울여 제정한 새로운 소득세법이었던 것이다. 이는 같은 시기(1974.12.21. 법률 제2686호)에 공포시행된 부분개정의 법인세법 개정법률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즉 퇴직소득과 양도소득 및 산림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을 전부 개인별로 종합과세하면서 8~70%의 16단계 초과누진세율로 과세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 전체의 조세부담이 상당한 폭으로 늘어나긴 하였지만, 그 세수액은 경제개발이라는 과실로 돌아와서 우리에게 축복의 선물이 되어 왔다.


이와 같은 제도의 변화는 1975년의 세제개편 이후의 두드러진 양상이었다. 그 여파로 세무행정 또한 판이하게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즈음하여 컴퓨터의 발달이 활발하게 전개된 역사적인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국세청에는 대형컴퓨터가 도입되기 시작하였으며, 기업이나 개인들은 PC의 사용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국내산 컴퓨터를 개발하는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다. 필자 개인으로서는 한국화약의 8비트짜리 ‘명필’을 가지고서 연습한 기억이 생생하다.


조세당국의 움직임과 더불어 납세자인 국민의 의식도 덩달아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같이 달라진 분위기에 따라 1975년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설 때까지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계경리사원의 훈련을 위하여 개인강사를 초빙하여 강의를 열기도 하였으며, 부산이나 대구 등 기업들이 많이 집결되어 있는 도시에서는 개인업자가 독자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여 호텔 등의 장소에서 주로 주말에 특강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이었다. 


그 무렵 한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나머지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던 필자는 100번 이상이나 부산 대구 등지를 비행기(처음에는 프로펠러 비행기, 나중에는 제트 비행기)와 밤중에 운행하는 침대차로 왕래한 적이 있다. 요즈음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KTX와 같은 교통수단이 없던 그 시절에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시간관계로 호사스러운 왕래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그리고 1977.7.1. 이후의 부가가치세의 해설강의를 듣기 위하여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인파를 머리 속에 그려보노라면,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때로는 나의 전성기는 바로 이때이었는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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