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줬을 뿐인데 세금폭탄…2차 납세의무자 지정 부당

2021.11.29 10:49:29

국세청, 주주명부 근거로 명의도용자를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
조세심판원 "주식보유 사실 몰랐고 주주로서 권리행사도 못해"

 

회사 설립 당시부터 20년 가까이 40%의 주식을 보유해 왔으나, 부친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 주주 등재 사실을 몰랐다면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심판결정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회사 주식의 100%를 부친(60%)과 딸(40%)이 보유한 상황에서 세금을 체납하자, 딸에게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한 국세청의 처분은 잘못이라는 심판결정문을 29일 공개했다.

 

공개된 심판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02년 유한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딸인 B씨에게 인감도장을 요구했다.

 

당시 대학 물리치료과를 갓 졸업하고 22세의 나이로 개인병원을 전전했던 B씨는 부친의 인감도장 요구에 아무런 저항없이 전달했으며, A씨는 자신의 딸인 B씨를 유한회사 등기이사 및 주식 40%를 보유한 주주로 등재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자신이 회사 등기이사 및 주주 등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문제는 A씨가 2008년 자신의 몸이 아파오자 아들인 C씨에게 대표이사를 넘기면서부터.

 

A씨는 대표이사직을 C씨에게 넘기면서 자신과 누나인 B씨의 등기이사 및 주식 일체에 대한 지분정리를 요구했으며, C씨부터 부친에게 이를 약속했으나 정작 10여년이 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2019년 C씨가 자료상 조사를 받으면서 2016년부터 부가세를 체납하게 되자, 국세청은 회사 지분 40%를 보유한 B씨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출자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토록 통지했다.

 

이에 B씨는 회사 설립 당시 아버지의 요구로 인감도장을 전달했을 뿐 주주로 등재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아버지와 동생이 회사 운영을 하는 등 자신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했기에 실질적인 주주가 아님을 항변하며 2차 납세의무 지정을 취소해줄 것을 조세심판원에 청구했다.

 

이와 관련, 제2차 납세의무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39조2호에서는 과점주주에게 납세의무를 부여토록 하면서도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2004년7월9일 선고(2003두1615)에서 일견 주주로 보이는 경우에도 실은 주주명의를 도용당했거나 실질 소유주의 명의가 아닌 차명으로 등재됐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단지 그 명의만으로 주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세심판원 또한 억울함을 토로한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심판원은 사실관계 및 관련법령 심리를 통해 “부친이 법인설립에 필요한 출자자 수를 맞추기 위해 청구인의 명의를 빌린 것으로 나타나고, 청구인 또한 명의를 빌려준 사실은 있으나 주주로 등재된 사실은 알지 못한다는 진술이 그간의 나이 및 경력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쟁점회사는 사실상 1인 회사로서, 2008년 이전에는 부친이, 이에는 동생이 단독경영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청구인은 단지 형식상 주주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주식에 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여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세청의 2차 납세의무자 지정을 취소토록 심판결정했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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