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세율은 CO₂ 1톤당 50달러 바람직…주기적 인상해야"

2020.12.17 10:30:00

장혜영 의원 주최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세 신설방안’ 온라인 토론회

이동한·이헌석 "세수 증가분, 배당 통해 탄소세 역진성 딜레마 극복" 주장

 

정부가 지난 10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30년 안에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7억톤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정책 수단으로 탄소세 신설도 거론되는 가운데, 탄소세제의 도입 방향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장혜영 의원(정의당)은 17일 오전 10시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세 신설방안’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계층의 지원방안까지 모색한다는 취지로 열린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과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각각 ‘해외 사례를 통해 본 탄소가격 설정방안’, ‘탈탄소사회, 탄소세 도입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이동한 연구위원은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해 탄소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CC)’과 이를 측정하는 통합 평가 모델(IAM)을 소개했다. 이를 토대로 탄소세, 배출권 가격, 에너지세를 합친 결과가 실질탄소가격(ECR)이다.

 

CO₂ 1톤 배출당 가격을 단위로 하는 ECR은 나라마다 다르다. ECR이 높을수록 사회적 비용을 많이 부담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국가별 탄소가격 격차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선 EU가 2023년 1월부터 탄소국경세 부과를 확정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강력히 시사한 상황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EU가 목표로 하는 수준의 ECR을 만들 필요성이 제기된다. ECR을 구성하는 배출권거래제(ETS)는 일정량의 탄소 배출권을 민간에 배분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국내서도 이미 시행 중이다. 탄소세는 오염 배출량에 비례한 세금을 부과해 모든 에너지 소비자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탄소세의 과세표준은 일반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상으로 한다. 탄소세를 시행하는 주요국도 대체로 거의 모든 화석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한 후 농업, 항공, 해상운송을 예외 대상으로 정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세율은 “CO₂ 1톤당 50달러로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어 2030년까지 세율은 75-100달러 수준으로 높일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율의 주기적 업데이트를 위해 정책 온도조절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 20년에 걸친 배출량 감소 목표를 명시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세율을 자동 조정하는 절차를 입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출량 7억톤 가정시 증가하는 세수 35조원은 “직접적인 환급(배당금)을 통해 탄소세의 역진성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환경부담금 생태배당제도와 미국, 독일의 논의를 사례로 제시했다.

 

이어 이헌석 정책위원은 국내 에너지 세제 현황을 살펴보고,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기후정의세(박원석), 탄소세(심상정) 법안을 분석하며 탄소세 도입 방향의 쟁점을 도출했다.

 

지난 2013년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을 앞두고 발의된 2개 법안은 기후정의세법안이 핵연료세를 신설한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윤곽이 비슷하다. 둘다 당시 조세연구원이 제출한 에너지원별 사회적 비용을 기반으로 사회적 비용 대비 10~20% 정도의 탄소세를 상정했다.

 

이 정책위원은 “처음 탄소세 논의가 시작될 때와 지금의 지형은 완전히 다르다”며 “새롭게 설계될 탄소세는 화석연료 전체에 대해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송용·발전용에 한정된 기존 세제를 전면 재검토, 모든 화석연료를 과세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율은 앞서 발제한 이 연구위원과 마찬가지로 ‘단계적 세율 상승’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배당’을 지지하는 점도 의견이 같다. 저소득층일수록 석탄이나 석유 의존도가 높은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입의 절반 이상을 저소득층과 에너지 전환 필요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자들 "탄소세, 무조건 역진적 논리는 비약" "그간 에너지세제 개혁 장애물, 배당 바람직" 

정재현 조세硏 부연구위원 "현행 제도와 시너지 방안 강구해야" 

 

지정토론에서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정태인 독립연구자는 탄소세 도입 이전에 명확한 통계 정비와 함께 정교한 이론적 가설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세가 무조건 역진적이라고 가정해 배당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도 좋은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정태인 연구자는 “탄소세수의 사용은 정치적 수용여부와 감축목표 달성 정도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탄소세수를 명확한 생태기술혁신에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고, 탄소세의 정치적 수용도가 낮을수록 배당이나 역진적 세제 대체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세제 개혁 실패 원인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소득 역진성, 산업 경쟁력 악화 명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탄소배당제도가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소세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현행 환경에너지세의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탄소세를 신규 세목으로 도입하고, 정착 단계까지 에너지세·탄소세를 병행하되 필요시 탄소세율은 유지, 에너지세를 소비자 가격조절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에너지세를 탄소세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탄소세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일단 도입 후 시행착오를 교정해나가야 하는 제도”라며 “기후위기 대처의 절박성에 비춰 신속하게, 전격적으로 도입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끝으로 정재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 에너지 과세제도와의 조화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세-배출권거래제-에너지세제 정책 혼합(policy mix)를 추진해 특히 배출권거래제와 정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세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현 부연구위원은 “선행 연구에서도 현행 제도를 고려해 탄소세의 과세범위와 수준, 기존 제도들의 조정 여부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다”며 ‘배출권거래제도와 환경세의 조화방안’(강성훈 외), ‘탄소세와 에너지과세의 조화방안’(전병목 외), ‘발전부문 에너지전환 달성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 연구’(조성진·박광수) 등의 연구를 소개했다.

 

토론회 축사를 전한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탄소중립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될 것”이라며 “국회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고 협력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축사를 통해 “미국,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고, 동북아에서도 중국, 일본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며 “EU는 특히 자동차 배울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 없이는 경제의 성장과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국감에서 지적했듯 정부는 지난 5년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포스코와 배출량 증가가 가장 큰 삼성전자 등에 실제 배출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했다”며 “배출권 거래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단일 세목을 하나 신설한다고 해서 산업구조의 전면적 전환을 전제로 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다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도는 행태를 바꾸고, 나아가 구조 변화를 바꿔낼 수 있는 만큼 오늘 토론회가 바로 이런 전환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혜진 기자 leaf@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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