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급성 심근 경색으로 쓰려져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회장의 상태가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 회장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치료 경과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고만 강조했다.
오는 10일로 만 두 달째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쓰러져 곧바로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후 서울 삼성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저체온 치료와 진정치료 등을 받았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들어 8~9시간 정도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이는가 하면, 문안인사 시 눈을 맞추는 등 외부자극에 대해 점차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입원 이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계열사간 사업 및 지분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겨 소재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뒤 지난 1일자로 삼성SDI와 공식 합병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화학계열사 정리에도 나섰다.
또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생명이 매입했고,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삼성SDS가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도 처분하면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불필요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특히 5월8일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사장이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지난달 3일에는 에버랜드 상장을 결정하며 지난해 9월부터 숨가쁘게 진행해 온 계열사 사업재편 작업에 정점을 찍었다.
이 회장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금융과 건설 사업부문 조정과 지분정리 등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