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기준에 맞는 내부회계관리시스템 구축 필요"

2010.05.20 10:40:00

"IFRS 적용기업이 비적용기업보다 세무상 불리해서는 안돼"

내달로 2년의 임기를 마감하는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지금까지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외부감사대상기준에 ‘부채총액 70억원 이상’이 포함되도록 한 것을 꼽았다.

 

내년 본격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대해서는 “국제회계기준은 ‘회계에 있어서의 영어’다”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제회계기준이 만국공통어인 영어와 같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므로 국제적 회계신인도 제고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오형 회장을 만나 지난 2년간의 회무성과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과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할 시점에 왔습니다. 2년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회무는 무엇이었고 성과는 어땠습니까.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제고를 통한 국제적 회계신인도 제고와 공인회계사에 대한 불평등한 과잉규제를 개선해 회계산업이 경쟁력있는 지식기반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회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추진했습니다.

 

외부감사대상법인이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인 회사였으나, 금년부터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회사 중에서 부채규모가 70억원 이상인 회사 등이 추가되는 ‘외감법 시행령’이 지난해 12월 개정 공포됐으며, 국제적 회계신인도 제고를 위한 ‘Top-10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추진한 결과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제도’ 평가순위가 2008년 51위에서 39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그동안 회사에 대해서만 감사계약 해지권을 부여했던 것을 회사의 감사보수 미지급, 감사인의 독립성 훼손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감사인이 사업연도 중이라도 감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를 외감법령 개정에 반영함으로써 감사인의 권익보장 및 공정한 감사업무 수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주권상장법인의 감사인 6년 의무교체제도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제출제도가 폐지된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IFRS에 관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올해초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의 약 25%는 아직까지 IFRS 도입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FRS 도입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11년부터 IFRS를 의무 적용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아직도 준비가 미흡한 기업이 많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IFRS 도입준비가 지체되고 있는 것은 단기간 내에 도입 준비가 가능하다는 판단과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 다른 회사의 도입준비에 대한 눈치 보기 등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기업의 오너가 IFRS 도입에 따른 재무상태의 변동에 대한 우려와 그저 도입비용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의 설문조사 결과 IFRS를 도입하는데 일반기업의 경우 평균 2억8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만한데요.
“도입비용은 잘못 파악된 것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3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IFRS 적용은 자본시장 국제화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선택사항이 됐습니다. IFRS를 도입하고 나면 우려와는 달리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재무제표에 대한 투명성과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게 돼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위한 막대한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즉, 회계투명성 제고에 따라 자본조달이 용이해지고, 주가가 상승하게 돼 도입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최상의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IFRS 본격 도입을 앞두고, 남은 기간 동안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IFRS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는 내부회계관리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므로 외부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아울러 시급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 내부회계담당자의 IFRS 전문성 확보입니다. 기업의 회계담당자들은 IFRS가 낯설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회계담당자들에게 IFRS 교육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내부 IFRS 전문가를 양성해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소상장기업 회계담당자는 대기업에 비해 교육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학습에 어려운 상황일 것입니다.

 

우리 공인회계사회는 이러한 중소상장기업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상장기업 회계담당자를 위한 전국 순회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IFRS 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난 3월말부터 4월까지 제2차 전국 10개 도시 순회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의 IFRS 도입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정부와 감독기관에서는 IFRS 도입 비용에 대한 세제지원 등 IFRS 도입에 대한 기업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제도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며, 도입에 따른 세제개편 작업이 차질없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재정부는 K-IFRS 도입 기업들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세법개정 방향을 발표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세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 하에서 세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국제회계기준 적용기업이 비적용기업보다 세무상으로 불리한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입니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개선할 사항이 많이 있지만 우선 시급한 사항으로는 무형자산의 인정범위확대, 감가상각비 등의 신고조정 허용, 후입선출법 폐지에 따른 과세특례신설, 기능통화 적용기업의 과세기준 마련 등이 대표적으로 개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세법의 기본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업회계기준을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물론 기업회계와 세법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므로 국제회계기준의 모든 사항을 세법에서 수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업회계를 전면 배제할 경우에는 별도의 장부를 유지해야 하거나 복잡하고 과다한 세무조정사항의 발생으로 납세협력비용이 증가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따라서 세제당국은 일본, 독일 등 외국의 입법사례 등을 참고해 객관성과 확실성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기업회계의 처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국제회계기준을 최초 적용하는 2011년도 신고분에 한해 납세자의 신고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국제회계기준과 세법의 차이로 인한 세무조정항목의 증가, 회계처리의 유연성 증가에 따른 세무조정내용의 불확실성 증가는 납세자에게는 과중한 업무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과세당국 입장에서도 납부세액 산출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위험이 발생될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 최초 채택 회계연도에 한해 신고기한을 1개월 정도 연장해 납세자의 업무부담을 경감하고, 일반과소신고 가산세를 일정비율 감면해 세법규정의 불확실성에 따른 납세자의 가산세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이 감사과정에서 ‘의견거절’을 내는 업체 수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감사인들의 감사가 엄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된 기업은 지난해 13개사에 비해 5개사가 늘어난 18개사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그리고 취약한 재무구조와 저조한 수익성 등으로 자금조달 시도가 빈번하고, 잦은 경영진 변경과 횡령·배임발생 등 내부통제가 취약하다는 점과,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감사인이 엄격하게 감사를 실시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일부 상장사의 임직원, 투자자, 이해관계자 등이 회계법인 사무실에 난입해 소란을 피우고 공인회계사를 위협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행위는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 회가 파악한 것만 해도 매년 1~2건 정도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무려 7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실제로는 상당수의 회계법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회와 감독기관에서는 이러한 감사의견에 대한 위협행위를 자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지난해 6월 우리 회와 금융감독원에 ‘감사인신고센터’를 개설했으며, 모든 감사인에게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채집과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시 보험약관에 ‘경호특약’을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감사인이 독립적 지위에서 공정하게 감사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외감법’에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해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감사인에 대한 위협행위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선정의 사유에 추가하는 방안을 감독기관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 외부감사대상 회사는 모두 1만7천209개사로, 2008년에 비해 3천49개사 감소했습니다. 외부감사대상 자산규모 기준금액을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한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회계업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외부감사대상회사의 축소는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을 약화시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감사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오히려 확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완화를 이유로 외부감사대상회사를 축소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은 정직한 재무제표와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투명성과 회계정보의 신뢰성은 상실될 것이고, 국제적 회계신인도가 추락돼 궁극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기업이 국제적 수준의 회계정보를 생산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한 회계정보를 제공한다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은 제고되고 아울러 건전한 납세문화도 정착될 것이며,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시 가산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국제적 회계신인도 제고는 엄청난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외부감사대상은 확대 조정하면서 기업의 비용부담을 고려해 감사보수를 ‘투명화 촉진비용’으로 보아 세액공제 등 감면제 도입과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은 대출금리 인하 등 혜택부여가 제도화 돼야 할 것입니다.”

 

-2011년 IFRS 도입으로 기업 자산의 공정가치평가 문제와 관련해 감정평가사 업계와 긴장관계가 조성돼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회계처리기준에 따른 자산가치평가는 자격사간 영역다툼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현행 ‘외감법’에 의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유형자산 등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인은 ‘전문적 자격이 있는 자’로 해 기업이 자체 판단에 따라 외부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사가 이를 일반적인 감정평가업무로 보아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업무로 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특정 자격사에게 공정가치평가업무를 독점케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는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써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법인, 감정평가사를 포함한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해당 전문가들이 경쟁을 통해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감정평가사협회 측에서는 공인회계사가 자기가 평가하고 그것을 감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 밖의 주장으로 공인회계사 윤리기준에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년 임기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며,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외부감사대상기준에 ‘부채총액 70억원 이상’이 포함된 것이 가장 힘들고도 보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완화를 위해 외부감사대상회사를 축소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외부감사대상회사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의 동의서를 이끌어 내는 등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우리 회는 손해배상 비례책임제 도입 법제화, 감정평가사의 공정가치평가업무 독점화 저지, 외부감사대상기준에 매출액 추가, 국제적 회계신인도 10위권 진입 등 할일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외부감사대상 확대를 위해 헌신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우리 업계가 안고 있는 많은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과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회원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오상민 기자 osm1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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