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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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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9호 위반' 원혜영 의원, 재심서 40년만에 무죄

유신정권 당시 대통령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하고 불법집회를 개최했다는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원혜영(65)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심에서 40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지난 9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다'는 이른바 '유신 집시법'인 구 집시법 3조1항3호 등의 위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대통령긴급조치9호 위반 및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의원과 박인배(63)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대한 재심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긴급조치 9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당시 헌법에 위배돼 위헌·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구 집시법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선고했다"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와 위헌결정에 따라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구 집시법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부분은 모두 범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원 의원 등은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75년 11월 대학생들을 포섭해 같은 달 19일 각 대학에서 헌법과 긴급조치 9호를 비방 또는 부정하는 집회·시위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 의원은 또 지난 1975년 4월 '유신헌법 철폐'를 기재한 선언문 3000매를 준비해 서울대 도서관 앞 광장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유신헌법 철폐', '박정희 대통령 하야' 등의 구호를 외쳐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은 원 의원에게 긴급조치9호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자격정지 1년6개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후 사건이 병합된 2심에서는 1976년 9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원 의원 등은 지난 2011년 3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청구를 했고, 서울고법은 2014년 1월 재심사유를 인정해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원 의원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4년 7월 구 집시법 3조1항2호와 3호, 같은법 14조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구 집시법 3조1항2호와 3호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거나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시위', '누구든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나 시위'를 모두 금지한다고 돼 있다. 다만 이 조항들은 1989년 3월 집시법이 개정돼 삭제됐다.

헌재는 지난 9월 "민주주의의 세부적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집회·시위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조금이라도 위배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사회현실이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집단적 의견표명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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