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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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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점]이정현의 아마추어 리더십, 여당 내부 혼선 자초

새누리당의 내부 혼란이 끝이 없다. 파행 중인 국정감사의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도 이견이 새어나와 단일대오 형성이 어렵게 되더니 이번에는 이정현 대표 발(發) 국감 복귀 결정에 소속 의원들이 불복해 다시 강경투쟁으로 선회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정현 대표의 '아마추어 리더십' 때문에 당이 더 곤경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변과 상의 없이 본인이 독단으로 큰 결정을 잇달아 내리는 바람에 정국이 더 꼬여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새누리당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정세균 의장의 국회 일정 진행이 중립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정 의장을 집중 타깃화 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거기까지는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이 대표는 단식 카드를 꺼내 들며 "정 의장 사퇴 시까지 단식하겠다. 정 의장이 사퇴하든지 내가 죽든지…"라면서 강도 높은 투쟁 의지를 밝혔다.

대개 정치인들의 단식은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인사의 정치규제 해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제 도입을 각각 주장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고 두 사람은 각각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투쟁은 출발점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정 의장이 그만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사퇴까지 단식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대개 정치인들의 마지막 투쟁 수단인 단식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 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와중에 28일에는 이 대표가 국감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당원들의 뜻을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이는 이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소속 의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이 대표는 정 의장을 강력 비난하며 국감 정상화 생각이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다 불과 수 시간 만에 의원들의 국감 참여를 주문한 것이니 의원들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당장 친박 내부에서부터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친박계 맏형이자 당내 최다선(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이 대표의 '국감 복귀'를 거부한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국감 복귀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오늘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며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

서 의원은 "오늘 투쟁해 놓고, 내일 신문 광고도 나오는데 오늘 복귀한다는 것은 수순이 잘못된 것"이라며 "모든 것은 타이밍인데, 오늘은 아니다. 잘못된 것"이라고 거듭 이 대표를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번 복귀 결정을 내리며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전혀 의논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복귀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난 몰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조 위원장 역시 "이 대표와 의원들 입장은 다르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감 보이콧과 단식투쟁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며 '아마추어 대표 같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 실수했던 것은, 통상 단식투쟁은 가장 마지막 수단인데 너무 일찍 그 카드를 꺼냈다"며 "퇴로를 처음부터 봉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권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려면 국민의 보편적 지지가 전제돼야 하는데 사실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며 "명분이 약했다"고 토로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 대표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가 그렇게(국감 복귀) 얘기했는데 의총에서 그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렇게 되면 대표로 인정 안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의총에서 국감 복귀 결정은 번복됐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적잖은 흠집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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