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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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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갑의질서-4]변칙·청탁, 실력·절차로…'인식 확립'

'미덕·격식' 등 정서 풍토 바뀌어야

오는 9월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전격 시행을 앞두고 여러 의견이 난무하지만 그래도 그간 우리 사회에 횡행했던 변칙·청탁 문화는 사라지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20일 발표한 성인남녀 1,515명 대상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에 가까운 국민들이 김영란법 적용 확대에 찬성하는 등 현재까지 진행돼온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선 김영란법을 환영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실제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술자리 등 음지에서 학연·지연 등 친소관계를 위주로 직무에 관한 논의가 오가거나, 민원을 제기하며 선물을 빙자한 청탁성 금품이 오가는 사례 등은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업이나 공공기관 주변 음식점들은 김영란법에 맞춰 고액이었던 식사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추석을 앞두고 명절마다 이뤄져 왔던 거래처 등에 대한 고가의 선물 제공 관행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김영란법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정한 수준의 선물이나 식사 대접은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가 아직 국내의 지배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김영란법 시행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공직사회를 비롯해 정치권, 기업 등 사회 전반에서 총체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격식'이란 틀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요한 사람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해선 이른바 '룸'이 있는 고급 음식점을 찾아 수준 높은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당초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가장 파장이 컸던 식사·선물·경조사비 가액 논란도 '격식 있는 대접'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착된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더치페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도 김영란법 성공의 필요 요건으로 꼽힌다. 김영란법이 3·5·10만원이라는 '가격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먹은 밥값은 내가 낸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언론계와 기업 홍보팀 사이에서 횡행했던 고액의 식사접대 문화는 같은 맥락에서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될 관행으로 꼽힌다. 아울러 기업의 영업 담당 직원이 거래처 인사와 함께 종일 골프를 치며 친분을 도모하는 골프접대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항이다.

청탁과 부탁, 순수한 선물과 청탁성 금품 공여에 대한 기준이 애매한 만큼, 공직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인물들의 철저한 윤리의식도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윤리의식 고취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나 공직기관 차원의 청렴교육 실시가 중요하다. 단순히 형식적인 차원의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적용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제시하는 실질적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란법은 양벌규정을 둬 기업의 부정청탁 사전 예방을 위한 주의·감독의무를 규정, 임직원의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경우 기업이 주의·감독의무에 소홀했다면 벌금·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실제 지자체나 일부 기업에선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국회의원 예외 조항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은 국회의원 등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개정 및 폐지,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건의하는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김영란법 반쪽 논란을 불러왔던 이해충돌방지조항 삭제 부문도 조속히 추가 입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부정청탁 자체만을 일반적으로 규제하는 별도의 입법례는 거의 없다"며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공직자의 직무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소속 공공기관 등에 가족 채용 제한 등 이해충돌방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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