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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1주기 추모전에 가짜 전시?…이동천 "'뉴델리' 위작"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천경자(1924~2015) 화백의 1주기 추모전에 가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술품 감정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21일 출간한 ‘미술품 감정비책’(라의눈)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천 화백 추모전에 나온 작품 중 1979년 작 ‘뉴델리’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시에는 천 화백이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93점과 민간이 보유한 14점이 전시되고 있다. ‘뉴델리’는 민간이 보유한 14점 중 하나다.

이 박사는 “‘뉴델리’가 서명만 봐도 위작”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뉴’자 중 아래로 뻗은 두 획을 서로 연결되듯이 쓴 천 화백과는 다르게 ‘뉴델리’의 ‘뉴’는 두 획 중 앞의 획을 확연하게 오른쪽으로 삐쳤기 때문”이라며 “비슷한 시기 서명에 ‘뉴’ 자가 들어간 11점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일반인들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명에 무심했던 천 화백의 평소 습관과는 다르게 ‘뉴’ ‘리’ ‘子’ 세 글자에 개칠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개칠하게 되면 반드시 물감이 뭉친 흔적을 남기므로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른 화가들이라면 개칠의 흔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천 화백은 생전에 오자가 나도 서명을 고치지 않았고, 물감이 번져도 수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잘못 쓴 글자는 뭉개 버리기도 하고, 줄을 찍 긋기도 했다. 그런 천 화백이 개칠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뉴델리’가 위작이라는 결정적 근거로 가짜 서명 아래 숨겨져 있던 또 다른 가짜 서명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뉴델리’의 서명도 천 화백의 평소 서명 습관과 다르게 위조된 것이지만, 그 아래에서 발견된 서명은 더욱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박사가 제시한 ‘색 분해’ 자료를 보면 ‘델’자 아래에서 현재의 ‘뉴’와 다른 ‘뉴’ 자의 흔적이 보인다. 서명한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같은 위조자가 같은 장소에서 빨리 지우고 다시 서명한 흔적이라는 것이 이 박사의 주장이다.

예외적인 경우에 천 화백도 서명을 다시 하긴 했지만, 그림을 고쳐 그리기 위함이었지 결코 잘못 쓴 서명을 지우기 위해 한 번 했던 서명을 지운 적은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로지 서명을 수정하려는 목적으로 다시 서명을 한 ‘뉴델리’는 명백한 위작이라는 것이다.

이 박사가 제시한 위작의 증거는 더 있다. 천 화백은 독특하게도 붓이나 연필이 아닌 검은색이나 고동색 펜으로 채색화 작품의 밑그림 드로잉을 했다. 아무리 두텁게 채색을 해도 작품 속 어딘가에는 펜 드로잉 필선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뉴델리’에서는 펜으로 드로잉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확인절차를 거쳤고, 작품 보증서도 있다. 위작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선을 그었다.

천 화백의 1주기 추모전은 8월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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