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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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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4' 주문했더니 '노트 4권' 택배…사기 먹튀 판치는 중고나라

 #1. 김모(24)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네이버 '중고나라' 사이트에 휴대폰 등을 판매한다고 허위 글을 올려 54명을 상대로 11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지난해 가출한 김씨는 숙박비와 게임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문받은 물건들 대신 과자봉지나 쓰레기가 담긴 박스를 구매자들에게 보내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2. 경북 경산에 사는 최모(32)씨는 지난해 5월14일 중고나라에 올라온 '갤럭시 노트3'를 구입하기로 하고 다음날 오전 23만원을 판매자에게 입금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착한 택배 상자를 개봉한 순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택배 박스에는 스마트폰 대신 고춧가루와 후추가 각각 한 통씩 들어있었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인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를 이용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가 불황이다보니 쓸만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알뜰족들의 마음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속된 말로 먹고 튄다는 이른바 '먹튀'가 중고나라에서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사기범죄는 8만1849건으로 2014년(5만6667건)보다 44.4%나 늘었다. 그중 중고나라에서 주로 이용되는 직거래 사기는 6만7861건으로 전체 인터넷 사기범죄의 82.9%를 차지했다.

2003년 네이버에 개설된 중고나라의 현재 회원 수는 약 1460만명이다.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인터넷 범죄 등 부작용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나눔 행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중고나라가 '사기 범죄의 장'으로 너무 자주 이용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거래 악용에 경찰 사칭까지…진화하는 사기 수법

"갤럭시노트4를 구매했는데 노트(공책) 4권이 도착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네요."

소비자들을 속이는 사기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박스에 벽돌 등을 넣어서 속였다면 지금은 경찰 사칭에 안전거래를 이용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판매자가 물품 대금을 받고 연락을 끊거나 쓰레기 등 엉뚱한 잡동사니를 택배 박스에 넣어 보내는 방식은 중고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기 수법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구매자 A씨가 '갤럭시 노트4'를 산다고 중고나라에 글을 올리면 판매자가 그 글을 보고 A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 지방 출장을 핑계로 판매자는 택배 거래를 유도한 후 계좌 입금이 확인되면 곧바로 A씨와 연락을 끊는다. 만약 A씨가 입금 전 송장 번호를 요구하면 쓰레기 등을 담은 택배 박스를 발송하고 송장 번호를 보내주기도 한다.

경찰을 사칭한 사기도 있다.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후 판매자 측 공범이 경찰을 사칭하며 "도난으로 신고된 물건이니 경찰서로 보내달라"고 구매자에게 연락하고 다른 주소를 가르쳐줘 물건만 돌려받는 것이다. 남의 분실물이나 장물 등을 제3자에게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안전거래를 이용한 신종사기도 늘고 있다. 이 수법은 100만원 이상의 고가 물품 거래에 이용된다. 판매자가 물건을 먼저 보내주는 대신 구매자의 주민등록 등본을 요구하며 시작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안전거래를 이용하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쉽게 응하게 된다. 하지만 판매자는 미리 받은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환불통장 계좌를 바꿔놓는다. 이럴 경우 물건을 받지 못한 구매자가 구매를 취소해도 환불을 받지 못하게 된다.

판매자 아이디를 가로채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판매 글에 붙어있는 구매 댓글에 '제가 판매자'라고 쪽지를 보낸 후 "빨리 구매를 확정 지으면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구매자를 꼬드기는 수법이다. 판매 글을 작성한 사람의 아이디가 IoI123(아이오아이123)이라고 한다면 쪽지를 보낸 사람은 ID를 lol123(엘오엘123)으로 비슷하게 설정해 놓고 구매자를 현혹한다.

이밖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물건을 거래했지만 해당 물건이 심하게 파손돼 도착하기도 한다. 이때 판매자는 하자 있는 물건을 보내놓고 '배송 과정에서 파손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

◇"너무 싸면 의심…온라인 입금보다 직접 만나 거래해야"

중고나라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액 거래'라는 점이다. 100만원 이하의 물품 거래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구매자도 설치 절차가 복잡한 안전거래보다는 직거래를 선호하는 것이다.

구매자의 이런 심리를 뻔히 아는 사기범들은 다른 정상적인 판매자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자를 유혹한 후 범죄의 '덫'을 친다. 사기를 당한 구매자는 피해 금액이 작다 보니 경찰에 신고를 망설이게 된다.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범인을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피해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과 중고나라 운영업체 큐딜리온은 인터넷 사기를 줄이고자 최근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 '경찰청 사이버캅'을 도입했다.

여기서는 사기 거래 의심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검색해 사기 전과를 조회할 수 있다. 또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해 사기 거래, 거래 불가 물품(의약품·저작권 위반·유통 불가 물품) 등을 적발할 시 강제퇴장이나 활동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을 이용한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사기 범죄가 많아져 철저한 단속에 한계가 있다. 중고나라 카페 규모가 워낙 커 일일히 대응하는 데도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고나라는 전자상거래 사업증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하는 거래이다 보니 안전거래시스템을 강요할 수 없다"며 "또 워낙 거래량이 많아 회원 개인들간 거래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쇼핑몰처럼 안전결제 서비스가 의무화되면 관련 범죄가 획기적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전거래를 법적으로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의성과 안정성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 중이지만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큐틸리온 관계자는 "통상적인 가격보다 너무 낮거나 높은 제품은 먼저 의심하고 제품 문의는 문자 대신 전화로 해야 한다"며 "온라인 입금보다는 직접 만나 거래해야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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