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6. (화)

내국세

[연재]국세청장 “조 과장은 왜 서면보고하지 않나”

-“나는 평생 세금쟁이”-(39)

 

 

20세기 마지막 해인 99년 9월은 국세청 역사에 있어 또 하나의 큰 획이 그어지는 시점이었다.

 

국세청 제2의 개청이 선포되어 지난 30여년간 조직의 근간을 이루어 온 ‘세목별 조직’에서 ‘기능별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설명에 앞서 참고할 것은 세금을 부담하는 자와 세금을 납부하는 자가 같은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직접세’라고 하며, 세금을 부담하는 자와 세금을 납부하는 자가 서로 다른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 또는 주세 등을 ‘간접세’라 한다.

 

지나간 30여년 동안 국세청을 비롯한 지방국세청 그리고 세무서 조직은 이렇게 직접세와 간접세를 기본 축으로 하는 ‘세목별 체계’로 운영해 왔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불합리한 문제점들이 생겨 징세분야를 비롯한 세금 불복분야, 법인세원 관리분야, 개인세원 관리분야, 조사관리분야와 같은 업무의 ‘기능별 체계’로 바꾸게 되었다.

 

여기에다 150개에 달하는 일선 세무서를 100개 미만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에 세무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지방국세청 별로 조사국을 한두개 더 늘려서 1, 2, 3, 4국 아니면 1, 2, 3국으로 확대 운영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66년3월3일, 국세청 개청 이래 과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대변혁이었다.

 

여기에다 기존 국세청 건물이 너무 낡아 재건축까지 하게 되어 임시로 인근 종각역에 있는 종로타워(현재 삼성생명 건물)로 이사도 했다.

 

필자도 이런 어마어마한 제2의 개청에 따라 조사1국 조사관리과장 자리에서 새롭게 발족하게 된 조사4국 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최근 1년8개월 동안 조사3국 과장을 시작으로 조사1국을 거쳐 다시 조사4국 과장으로 옮기게 되었으니 짧은 기간에 조사국 분야를 대부분 거쳐가게 되었다. 참고로 조사2국 업무는 개인 사업자들의 소득세 조사 위주였으므로 넓게 보면 조사 1, 2, 3, 4국 모두를 거친 셈이었다.

 

능력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아마도 윗분들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당시 필자가 느끼기에는 조사4국을 별도 조직으로 처음 출범시키다 보니 보다 아마도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간부가 필요해서 부족한 나를 발탁시킨 것 같았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2011.3.3 제45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세정협조자로 선정돼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조용근 이사장은 대국민 무료세무상담, 다수의 세법개정 건의안 제출 등 납세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세제 및 세정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조용근 이사장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어쨌든 창설멤버로 뽑혔으니 최선을 다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7~8 명의 조사반장(사무관)을 포함한 수십명의 조사요원들과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업무 특성상 특별 세무조사이다 보니 일을 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조사요원들과 투명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자주 대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조사반 일부는 국세청 본관에서, 나머지 일부는 종로구 효제동에 있는 별도 청사(옛날 효제세무서 건물)에 나뉘어져 있다 보니 조사요원들의 기강 문제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전에 필자가 담당했던 부동산 투기 조사과장 때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했다.

 

왜냐하면 조사4국장이 업무를 주도하고 있어 과장이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또 특별히 윗분들이 담당 과장을 찾는 일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간혹 국세청장실에서 찾을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필자는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당시 국세청장께서 필자가 맡고 있는 어떤 기업에 대한 조사 진행을 별도 보고해 달라고 하셔서 서면없이 구두로만 보고했다.

 

그 때 국세청장께서 “조 과장은 왜 서면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 때 필자는 “청장님! 저를 믿으신다면 구두보고로 대신하게 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부분은 이 자리에서 제가 직접 메모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 때 국세청장의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과장들은 모두 서면으로 보고하는데…. 그래도 할 수 없었다. 한두번 그렇게 구두보고를 드렸더니 그 후부터는 필자에게는 더이상 서면보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훗날 국세청에서는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비공식 서면 보고서가 그 사건의 단초가 된 것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필자는 ‘그때 내 생각과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그 국세청장께서는 나의 이런 충심을 아셨는지 필자를 꽤나 믿어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어려운(?) 자리로 발탁시켜 주셨다.

 

이렇게 하여 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나니 새로운 자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매주 水·金 연재-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