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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경제/기업

'재벌개혁'-대기업 계열사분리·기업분할…논란 점증

국회입법조사처, '시장구조 개선 없이는 독과점 폐해 요원'

국내 재벌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대기업집단의 소속 계열사를 해당 기업집단으로부터 분리시키거나 기업분할을 통해 특정계열사를 여러 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5일 ‘대기업집단에 대한 계열분리·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의 쟁점’ 연구보고서(강지원 입법조사관)를 통해 해당 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과 도입시 파생되는 문제점 및 이에 대한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해당 방안의 핵심요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대기업집단에 대해 계열분리나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대기업집단은 특정 시장분야에서 독과점적 사업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부당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에, 계열분리를 통해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의 근본적인 유인을 차단하고, 법 위반행위를 반복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를 분할하여 시장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경쟁친화적인 시장구조를 만드는 ‘구조적 시정조치’를 도입하자는 방안이다.

 

반면 동제도가 기업집단의 편성과 운영방침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장구조를 변경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도입여부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연구보고서에서 해당 제도의 도입에 대해 찬성론과 신중론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찬성론-대기업 법위반행위 능력 자체 약화
계열분리나 기업분할명령제 등의 구조적 시정조치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은 다수의 개별시장에서 대기업집단 중심으로 구조가 고착화되어 온 우리나라 경제현실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의 고속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굳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시장구조 자체가 경쟁제한적인 상황에서 법 위반행위에 대한 사후적인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독과점적 사업자가 존속하는 한 경쟁을 제한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할 유인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시장구조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도 도입 찬성론의 논거다.

 

구조적 시정조치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특히, 현행 시정조치·과징금 등 행태적 조치의 한계를 지적한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지닌 공정위가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쟁제한 행위를 감시하여 규율할 수는 없다. 그 보완책으로 구조적 시정조치를 도입해 독점사업자를 분할하거나 기업집단의 계열관계를 분리시킬 경우 시장지배력 등 법위반행위를 할 능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중론- 주주들 재산권 침해 소지 다분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시장구조 및 기업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킴으로 인해 다수의 시장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수 있고, 헌법상 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있음을 강조한다.

 

계열분리는 특정계열사를 기업집단 소속에서 제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량의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법을 위반한 주체는 법인격을 보유한 해당 계열사인데, 위반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주주의 보유주식을 매각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도입반대론자들은 또한, 구조적 시정조치를 먼저 조입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사실상 제도가 사문화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구조 자체의 개선이 문제가 되는 기업결합 규제를 제외하면 미국에서도 그 적용례가 극소수일 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에는 제도 도입 이후 활용실적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찬·반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입법방안에 대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계열분리·기업분할명령제 등의 구조적 시정조치를 공정거래법에 도입할 경우, 어떤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지 그 요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해당 제도의 도입취지가 장기간 독과점적 시장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고자 함으로, 우선 이러한 요건을 법에 명시하고 그 판단에 있어 고려될 사항을 시행령이나 고시로 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적용대상의 행위유형에 대해서는 주로 대기업집단이 문제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계열사가간 부당지원행위 등을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해위는 독과점사업자가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다른 사업자자를 시장에서 부당하게 배제·방해하거나 과도한 가격 등으로 소비자를 착취하는 행위다.

 

또한 부당지원행위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비계열사의 공정한 경쟁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계열분리를 통해 그 유인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보았다.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의 주체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및 공정위가 법원에 이러한 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현재 국회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공정위가 직접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시장구조의 개선을 신속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공정위는 국무총리 소속의 기관일 뿐 아니라 위원장 및 위원의 임면에 있어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직접 명령의 주체가 되는 경우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에 따라 동 제도가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위의 적극적인 법 집행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시장구조의 개선 없이는 위반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권의 우려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한편으론, 계열분리·기업분할과 같은 구조적 조치가 과도하게 남용될 경우 자율적인 시장작동 메커니즘을 인위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설득력을 가지기에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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