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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경제/기업

섀도보팅제 폐지 한달전, 상장사들 '비상'...임시주총 전년比 3배↑

지난 두 달간 상장사들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 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가까이 뛰었다.

 

섀도보팅제(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한 달 뒤인 연말에 폐지되면 감사 선임이 힘들어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 무리해서라도 감사 선임에 무더기로 나선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지난 10월 초부터 지난 29일까지 두 달 동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감사위원 선임 또는 안건 미확정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공시는 84건(코스피 19건+코스닥 6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건(코스피 5건+코스닥 24건)에 비해 2.90배 늘어난 것이다.

 

상장사들이 섀도보팅 폐지 대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서둘러 주총에 올리는 것은 감사 선임 안건은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하는 규정까지 엄격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 지난 2달 동안 84개의 상장기업이 때아닌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있다"며 "임기가 남은 감사라도 다시 선임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것인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원래 주총은 안건이 있어야 열리는 것인데 안건 미확정 임시주총 공시가 두 달간 22건이나 발표됐다"며 "상장사들이 섀도보팅제 폐지를 앞두고 개선책이 마련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단 주총 예고를 하는 고육책을 강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스피보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섀도보팅제 폐지에 따른 우려가 더 높다.

 

코스닥에 상장된 포장용기 제조업체의 한 경영관리팀장은 "감사 선임을 위한 정족수를 채우려면 추가로 주주가 20~30명 더 와야 한다"며 "하지만 과거 전자투표,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주총장에 나온 주주는 겨우 1~2명에 불과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 주주는 기관이 없고 모두 개인이고, 주주도 자주 바뀐다"며 "주주명부상의 주소가 명확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면 감사 선임을 포함해 안건 의결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대비책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상장사가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을 선임하지 못하거나 주총에서 재무제표 등을 승인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즉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면 당장 내년부터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이 섀도보팅제 폐지를 앞두고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관련 법에 관한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섀도보팅 폐지와 관련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은 당초 지난 29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인 28일 금태섭 민주당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상법개정안을 의안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그림자 투표(shadow voting)라는 뜻의 섀도보팅제는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으며 1991년 도입됐다. 주총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장회사들이 주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정족수에 달할 만큼 찬반이 표시되지 않은 중립적인 의결권 수를 빌려주는 제도이다. 가령 주주 100명 중 10명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인정한다. 공정한 주주권 행사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상장사들의 반대로 올해 말까지 3년 유예됐다.<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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