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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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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청탁 거절 쉬워졌어요"

공직사회 변화 실감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부탁하는 일은 피하고,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쉬워졌어요. 적응되니 오히려 편합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1년.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애매한 기준과 첫 시범사례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움츠러들었던 공직사회도 어느정도 법이 정착돼 가는 분위기로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만해도 외부에서 식사를 할 때 1인당 3만원 기준금액에 꼭 맞춰야 할지, 맞출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다. 고급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몇 십년간 이어져 온 저녁 음주문화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식사약속을 잡으면 당연히 1인당 3만원 이하로 식사를 하려는 분위기가 자리잡았고 점심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구내 식당에 늘어선 공무원들의 긴 줄도 낯익은 풍경이 됐다. 

 저녁 술자리 약속은 눈에띄게 줄어들고 2, 3차는 어느새 옛말이 됐다. 간단하게 점심으로 저녁 모임을 대신 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저녁모임 대신 퇴근 후 운동과 여가생활 등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공무원은 부쩍 늘었다.

 세종시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저녁식사가 맥주 한두 잔으로 가벼워지다보니 일이 많지 않은 날은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면서 "운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내가 필요없는 자리인데도 저녁식사 자리에 끌려가는 일이 없어져서 개인시간이 늘어난 것은 참 좋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인사 청탁이나 민원인이 작은 선물이나 간식 등을 사오는 풍경도 이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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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택배 보관장소에 의원실로 보내온 택배상자들이 김영란법 통과 이전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원회관을 전담하는 한 택배 기사의 전언에 따르면 "김영란법 통과 후 의원실에 배달되는 설 명절이 작년에 비해 1/4 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2017.01.20.pak7130@newsis.com


 사회부처의 한 공무원은 "과거에는 기업에서 담당공무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인사 청탁 비슷한 게 있었는데 이젠 아예 없어졌다"면서 "일종의 잘 봐달라는 부탁 같은 것 조차도 없어졌다. 서로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이런 부탁은 지금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과장급 공무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부탁하는 일은 피하고,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쉬워졌다"며 "적응되니 오히려 편하더라"며 말했다.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명절 선물 주고받기'와 같은 허례허식도 줄었다.

 이 공무원은 "명절마다 윗사람 선물 챙기는 것도 이제는 법에서 금지하는 거니까 사실 마음의 부담은 줄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김영란 법 시행으로 법에 저촉되는지 신경 쓸 일이 많아져 되려 부담이 늘었고 순수하게 친목을 위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직원은 "3·5·10으로 까다롭게 기준을 적용하다보니까, 산하기관을 만나거나 사무실내 회식을 하더라도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장소를 잡을 때도 식사 금액을 꼭 확인해야 하는데 3만원 이하인 곳을 찾지 못해서 식당 주인에게 금액을 낮춰달라고 읍소하는 일도 자주 있다"며 "현실적으로 3·5 기준은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같은 사무실내에서도 업무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고 순수한 친목모임으로 술자리를 갖고 싶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아쉬워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정부부처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거나 일부 부처에서는 식사비 상한선을 3만원에 맞추고 김치찌개나 중식, 칼국수 등 저렴한 메뉴로 기존과 같이 오찬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가 비용을 부담하는 팸투어나 출장 등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간담회나 오찬 등 행사를 진행할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법 취지에 맞게만 행동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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