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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내국세

문중 소유 땅 수용되자 양도세 줄이려 543명에 쪼개기 증여

조세심판원 "가장행위 없다면 적법한 행위"

 

종중소유 토지가 도시공사에 수용되는 와중 양도세액을 줄이기 위해 종중 구성원들에게 토지를 증여한 행위를 두고, 국세청이 수용토지의 양도세액을 회피한 것으로 보아 중중을 상대로 양도세액을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심판결정이 최근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종중이 수용토지의 양도세액을 줄이기 위해 종중원들에게 수용예정 토지를 쪼개기로 증여한 것은 납세의무자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행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과중한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적법)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세심판원은 종중을 토지의 실제 양도인으로 봐 국세청이 과세처분한데 대해 종중이 아닌 종중원을 실제 양도인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심판결정문을 최근 공개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A 종중은 1981년 1월 경기도 일원에 3만8천391㎡토지를 취득했다. 이후 2013년 12월15일 개발사업계획승인이 고시된 후 2014년 6월3일부터 같은해 7월31일까지 3차례에 걸쳐 손실보상협의 요청을 거쳐 2014년 9월17일 수용보상금액이 확정됐다.

 

이 기간 동안 A 종중은 수용토지의 절세방안 및 제세 신고를 위해 특정 세무법인과 용역계약서를 체결했다.

 

A 종중은 수용보상금액이 확정된 다음날인 2014년 9월18일 소유하고 있던 3만8천391㎡토지 가운데 2만8천819㎡(쟁점토지)를 종중원 543명에게 증여했으며, 이들 종중원들은 수용예정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신고·납부했다.

 

이후 쟁점토지를 비롯한 전체토지는 2015년 2월26일 및 같은 해 7월2일 수용을 원인으로 양도됐으며, 543명의 종중원들은 쟁점토지에 대해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수용가액을 양도가액으로 각각 산정하는 등 양도소득세 과세미달로 신고했으며, A 종중은 나머지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A 종중이 쟁점토지를 실제로는 수용가액에 양도했음에도 종중원들에게 쟁점토지를 증여한 후 수용되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것으로 보아 2017년 12월1일 양도소득세를 경정·고지했다.

 

국세청의 과세논지에 따르면, A 종중의 회의록을 살피면 이번 쟁점토지의 증여과정에서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하기 위한 방법을 수차례 모색했으며, 종중원들에게 쟁점토지를 증여한 이유는 오직 양도소득세를 탈루할 목적이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한 A 종중이 선택한 ‘증여 후 수용(양도)’방법은 고액의 법무사 및 세무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수백건의 토지분할·양도소득세 신고 등을 이행해야 하는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등 결국 종중이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과세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조세심판원은 그러나 A 종중의 이같은 행위가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심판원은 “A 종중의 종중원들이 쟁점토지를 증여받고 관련 증여세를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보상금 등을 수령한 후 다시금 A 종중에게 반환한 사실이 없는 등 형식과 실제에 괴리가 없다”고 사실관계를 판단했다.

 

또한 “국세청이 제시하는 증빙만으로는 쟁점토지의 증여행위가 당사자간에 대한 증여의 의사가 전혀 없이 이뤄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는 등 그 효력을 부인할 만한 사유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과세처분이 잘못됐다고 심판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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