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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세청 퇴직자, 하위직도 세피아 한 축인가…

세무서장-과장 퇴직 후 관내개업도 논란 불거질 듯

-창간 49주년 기념 특집-

 

'세피아'에 대한 우려가 국세청 하급직원에까지 번지고 있다.

 

당초 관피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극도로 높아진 시점에서는 국세청 뿐 아니라 전 부처에서 퇴직한 고위직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 대형 세무법인에 취업하는 퇴직한 국세청 고위공무원들에게만 국한됐던 세피아가 하급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젊은 국세공무원의 퇴직 러쉬를 두고 "대형로펌·대기업의 세무행정 강화를 위한 스카웃과 관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은 지난 10월 10일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울·중부청이 세피아의 본진’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정치권-여당을 중심으로 공무원 연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최근 안전행정부에서 ‘젊은 공무원에게 불리하도록 설계됐다고 해석’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 놓은 게 국세공무원의 퇴직에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하락으로 인한 국세공무원들의 자존감 하락,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 임금 대비 높은 업무강도 및 업무량, 승진적체로 인한 피로감 등이 겹치면서 젊은 국세공무원들의 퇴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피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고위직과 하위직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서기관-사무관’의 관내개업 문제도 논란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퇴직자에 대한 수입업체 소개 금지하다
‘국세청 고위직’이 퇴직 전 기업에게, 퇴직 후 국세청 인맥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은 여러 국세청장들의 입을 통해 증명됐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의 위기가 고위직에서 출발한 점을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관내 세무서장 및 과장들의 영향력은 고위직 못지않다. 한 지역의 세정을 총괄하는 세무서장과 과장들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소위 ‘부자, 관내 기업인들’이다.

 

이러한 두려움의 연장선상에 불편한 관행이 국세청 내에 존재했었다. 명퇴 이후 관내에 개업을 앞둔 세무서장 및 과장들은 아름아름 고문·수임업체 알선 등을 받아왔다.
[사진2]
이에 2011년 6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국세청공무원행동강령에 퇴직공무원을 위해 세무서 직원이 고문계약 등 알선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고, 한편으론 그것이 퇴직 후에도 국세공무원 간 끈끈함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인정한 셈이 됐다.

 

■ 퇴직 후 세무사사무소 개업…세피아 아닌 세무사
이후 국세공무원 퇴직 후 세무사사무소 개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퇴직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업체소개 관행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퇴직자들은 일감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작년 말 퇴직한 한 사무관은 “(명퇴자에 대한)업체 소개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못 박은 뒤 “30여년 넘게 공직자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최근 몇 달 새 영업사원이 된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과 같은 직업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저지른 몇 가지 범죄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세무조사 무마·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기업에게 뇌물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비리직원이 생기면 가장 불안한 사람들은 바로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이다. 국세청 퇴직 후 세무사업을 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열심히 해보자는 사람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범죄”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냈다.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국세공무원으로 살았다”며 “지금은 세무사로 일하고 있지만 언제나 국세행정의 동반자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납세자들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들이다”고 일갈했다.

 

■ 6급 이하 직원들의 퇴직 러쉬…이들이 세피아?
올해 6월 현재 의원면직자 중 6급 이하 직원 비율이 91%를 넘어섰다. 2012년에는 98%에 달한다. 스스로 국세청을 떠나는 직원 10명 중 9명 이상이 6급 이하인 것이다.

 

6급 이하 직원들의 퇴직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신뢰 하락으로 인한 국세공무원들의 자존감 하락이다.

 

작년,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의 금품비리재판과 서울청 조사1국 팀원의 금품수수 등으로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 한 직원은 “옆집에게 자신의 직업을 알려준 것을 너무 후회한다. 뒤에서 ‘혹시 저 사람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높은 업무강도와 업무량, 승진적체로 인한 피로감은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호소해오던 부분이다. 최근 들어 젊고 유능한 국세공무원의 퇴직이 느는 데는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세무사로서 관내 개업의 불편함이, 국세공무원으로서 미래가 흐릿해진 시점에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살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돌파구는 재취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피아’라는 이름 아래에 그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 국세청 공무원 직급간 퇴직 현황

 

 

 

 

 

명예퇴직

 

전체 명퇴자중 %

 

의원면직

 

전체 의원면직자중 %

 

전체퇴직자중 6급 비중

 

2014.6

 

 

 

 

 

총원

 

259

 

 

 

81

 

 

 

70.8%

 

5급이상

 

85

 

32.8%

 

6

 

7.4%

 

6급이하

 

164

 

63.3%

 

74

 

91.4%

 

2013

 

 

 

 

 

총원

 

367

 

 

 

130

 

 

 

66.0%

 

5급이상

 

135

 

36.8%

 

13

 

10.0%

 

6급이하

 

226

 

61.6%

 

115

 

88.5%

 

2012

 

 

 

총원

 

234

 

 

 

104

 

 

 

65.5% 

 

5급이상

 

110

 

47.0%

 

1

 

1.0%

 

6급이하

 

117

 

50.0%

 

102

 

98.1%

 

2011 

 

총원

 

264

 

 

 

120

 

 

 

67.1%

 

5급이상

 

106

 

40.2%

 

6

 

5.0%

 

6급이하

 

154

 

58.3%

 

113

 

94.2%

 

2010

 

 

 

총원

 

206

 

 

 

101

 

 

 

63.1% 

 

5급이상

 

108

 

52.4%

 

7

 

6.9%

 

6급이하

 

93

 

45.1%

 

92

 

91.1%

 

 

김관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6급 이하 직원들의 의원면직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2010년 91%, 2011년 94%, 2012년 98%, 2013년 89%, 올해 6월 현재 91%다.

 

김 의원은 이러한 젊은 국세공무원의 퇴직 러쉬를 두고 “대형로펌·대기업의 세무행정 강화를 위한 스카웃과 관계돼 있다”며 “최근 조세행정소송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도 ‘국세청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러쉬, 전체 퇴직자의 70.8% ‘세피아’ 환영하는 대형로펌과 대기업으로’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서울·중부청이 세(稅)피아 원흉’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8명의 회계·법무·세무법인 재취업자 중 6명은 서울·중부청 출신이고 나머지 2명은 본청 출신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세피아와 국세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세무공무원의 재취업은 기본권이기 때문에 막을 순 없는 일이지만 세무행정의 선진화를 막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세피아가 업계에 포진해 온 때문”이라며 “최소한 퇴직 전 근무처 인근에서 개업하거나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역할로 가는 것은 스스로 자제하고 제도적으로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한 관리자는 “퇴직한 원인은 보지 못하고 퇴직 후 일하는 것에 대해서만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 세피아 해석의 확장…국세청 떠나면 乙 ‘억울’
성실한 국세공무원들이 현재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세피아의 확장적 해석이다.

 

국세청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퇴직 후 일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낮아질 이후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세피아라 의혹을 제기할지라도 그들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과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세피아의 지나친 확장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들은 퇴직 이후 국세청 직원들과의 연이 업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제기되는 의혹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호소했다.

 

국세청 한 직원은 “퇴직 후 세무사업을 시작하면 우린 을(乙)이 된다. 세무사업을 하지 않는다 해도, 국세공무원으로서 40년 가까이 보냈다 해도, 퇴직하면 우리도 국세공무원이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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